짜장면의 원조, 볶은 춘장면 작장면

면 덕후의 중국 누들 먹부림 여행기, 중면총(中麵總)

by 홍총총

중면총(中麵總), 중국의 면을 총괄하다
03 자쟝멘 炸酱面 짜장면 : 베이징 - 첫 번째 이야기


짜장면의 원조, 볶은 춘장면 작장면


자금성 뒷골목을 어슬렁어슬렁 걷다 보면, 자금성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징산공원(景山公园, 경산공원)이 나타난다. 베이징 통인, 내 절친 H씨가 자금성에 가면 꼭 징산공원에도 올라가라고 강추했다. “거기서 노을 지는 자금성은 꼭 봐야 돼... 아트야, 아트!”라면서. 오케이, 오늘 올라갑니다요.


징산공원에서 바라본 자금성


징산공원으로 올라가기 전,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그 전에 배부터 채워야지. 면 덕후인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혼밥 ‘면식’이다. 어떤 면을 먹을까 고민하는 것도 여행의 핵꿀잼이다.


징산공원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면 집을 찾아다니다, 빨간 간판에 노란 글씨로 메뉴들을 ‘뽝! 뽝!’ 박아놓은 식당이 눈에 띈다. 마침 주인아저씨가 능숙한 호객 스킬로 나를 부른다. 좀 거슬렸으면 바로 U 턴을 했을 텐데,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손님이 꽤 많다. ‘사람들이 많다는 건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는 묘한 믿음으로, 기꺼이 호갱님 모드를 발동한다. 그런데 여기 있는 손님들, 전부 아저씨가 꼬신건가?


우연히 맞딱들인 옛 베이징식 작장멘 집


사실 중국어 메뉴판은 내겐 그냥 장식일 뿐이다. 읽을 수가 없다. 그럴 땐 무조건 ‘국제 공통어’인 눈치와 손가락 신공을 발휘해야 한다. 옆 테이블을 힐끔거리다 눈에 띄는 비주얼이 있으면 손가락으로 ‘저거요!’ 하고 가리키는 거다. 어설픈 중국어를 구사하다가 국수 대신 이상한 게 나온 경험도 있으니, 그냥 당당히 영어로 “저거 주세요.” 하면 외국인 모드 ON, 알아서 착착 가져다준다. 그래서 좀 진상 같지만, 손님이 많은 식당에 가면 일어서서 다른 테이블을 기웃기웃거린다. 내가 외국인임을 알아차리고 잘 보라고 몸을 비켜주면서 중국어로 메뉴 이름을 말해주는 친절한 사람도 있고, 자기 메뉴를 먹어보라며 음식을 덜어서 주는 사람도 있다. 중국어 메뉴들이 중국어로 ‘나 좀 먹어주쇼’ 라고 현란하게 쓰여있긴 하지만, 나는 중국어 까막눈이라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이 스킬을 쓰는 수밖에...!!


목을 빼고 테이블들을 스캔하니 옆 테이블에 앉은 중국인 아가씨가 뭔가 노릇노릇한 소스를 듬뿍 묻힌 두툼한 면을 먹고 있다. 오, 당첨. 주문은 손가락 하나면 끝이다. 다른 옆 테이블에서는 이미 맥주 낮술판이 시작됐다. 그 맥주병도 콕 가리킨다. 오늘 점심 메뉴는 알 수 없는 면 한 사발과 연경 맥주 세트로 확정이다.


오이가 잔뜩 들어간 베이징식 짜장면인 자쟝멘과 연경맥주로 점심을...!


잠시 후, 종업원이 맥주랑 컵을 착착 가져다주고, 곧 면도 가져 다주며 말한다. “자지앙~멘!”

음? 짜장면? 엥? 내가 주문한 게 한국 짜장면의 원조격인 그 ‘자쟝멘’이었구나.

하얗고 통통한 면발 위엔 오이채가 듬뿍 쌓여있고, 한국 짜장면 같은 소스가 살포시 올라가 있다. 젓가락을 한 짝씩 양손에 들고 열심히 비빈다. 쓱쓱쓱~ 면은 수타면처럼 보이지만 쫄깃함은 살짝 부족한 듯싶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옛날 기계 우동면 느낌? 중국 누들 투어 3개월째, 깨달은 건 한국 사람들만큼 쫄깃한 면을 사랑하는 민족은 드물다는 사실이다.

다음은 소스. 이 자쟝멘, 한국 짜장면이랑 비슷한 듯 차원이 다르다. 단맛은 거의 없고, 짜고 뻑뻑하다. 달달하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한국 짜장면을 기대해서인지 멘붕이 시작된다. 한국 짜장면이 급그리워진다.


한국 짜장면에 비해 짜고 뻑뻑한 중국 자쟝멘


그러다 문득 벽에 시선이 꽂힌다. 메뉴판에 큼지막하게 ‘옛 베이징식 작장면’이라고 쓰여있다. 자쟝멘이 이 집 시그니처 중 하나인가 보다. 이걸 시키길 잘했다고 잠시 셀프 칭찬을 한 후, 맥주 한 모금, 자쟝멘 한 입, 다시 맥주 한 모금을 무한 흡입한다. 어느새 이 베이징식 자쟝멘의 짠맛에도 익숙해져, 입에 착착 달라붙으면서 맛도 꽤 괜찮아진다. 낮술의 위력인가? 시원한 오이채 덕분에 짠맛도 사르르 중화된다. 이래서, 낯선 음식도 세 번만 먹으면 내 입맛 되는 건가 보다.


오른쪽 깃발에 '옛 베이징식 작장면'이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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