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이야!! 진짜 코로나를 뚫고 왔네?”
사무실로 출근을 하자 영상 통화로만 뵙던 이 책임님이 호탕하게 웃으며 무척 반갑게 맞이를 해 주셨다. 독일 고객사 근처에서 소수의 인원만 먼저 업무를 하고 있는 단계이다 보니 작은 사무실 방 하나에 옹기종기 모여서 일을 하고 있었다.
책상에 자리를 잡고 짐을 풀 세도 없이 온라인 미팅으로 끌려 들어갔다. 다짜고짜 자기소개를 하라는 말에 “Nice to meet you…”로 시작해서 뭐라 뭐라 말을 했는데, 긴장을 해서였는지 아니면 아직 시차적응이 덜 되어서였는지 무척 바보같이 더듬거렸다는 기억만 남아 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하루를 마무리하고 곧바로 회사 근처의 이케아로 향했다. 집은 미리 계약을 하고 온 상황이라 독일에 도착 한 다음날 들어갈 수 있었는데, 한국에서 보낸 이삿짐이 3개월 후에나 오기에, 그때까지 버텨야 할 침구와 식기가 필요했다.
집으로 돌아와 아무것도 없는 방에 매트리스를 깔고 침구를 펴서 한번 누워 보았다. 흠… 아무래도 너무 휑 해서 무섭다. 그나마 전에 살던 분이 팔고 간 일인용 소파와 커피 테이블이 놓여있는 거실로 매트리스를 옮기고, 이케아에서 같이 구매를 해 온 나무 전등을 켜니 그나마 덜 처량한 느낌이다. 3개월 후 가족들과 짐이 올 때까지 이거로 버텨 보자.
그렇게 정신없이 한 주를 보내고 있던 중 이 책임님이 “술은 좀 하는가? 오늘이 첫 금요일인데 그냥 보내면 섭섭하지?” 라며 운을 먼저 띄우신다. “술 무척 좋아합니다 ㅎㅎ” 마침 술 생각이 간절하기도 했고, 진짜로 술을 좋아하는 편이다.
업무를 마치고 U반(독일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향했다. 코로나로 인해서 대부분의 상점들은 문을 닫은 상태였고, 몇몇 식당들만 문을 열어 코로나 테스트 증서를 보여 줘야만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가 조선족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한식당인데, 서책임님이랑은 여기서 가끔 소주를 마셔. 그리고 사장님 재밌는 분이야” 그렇게 시작이 되어서 사장님이 가게를 파시기 전까지 3년간 거의 매주 여기서 주구장창 소주를 마셨다. 저녁 아홉시가 지나면, 사장님은 셔터를 내리고 우리 테이블에 소주잔을 하나 들고 스윽 합석을 하신 다음 “뭐 더 필요한 거 있어요?라고 물으신다. 그러면 이때부터 술과 음식은 무제한 공짜다.
그렇게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돌아와 거실에 덩그러니 놓인 매트리스에 잔뜩 취기가 오른 몸을 뉘었다. 독일에 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가족들이 많이 보고 싶었다. 전화를 한번 해볼까 생각하는 찰나에 스륵 잠이 들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