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이라고 무시하기엔 내가 겪은 게 있는걸.
작년 3월 임신을 하기 몇 주 전. 태몽인가? 싶은 꿈을 꿨다. 차를 타고 가다가 바깥 풍경 누구네 집 담벼락에 하얀 목련꽃이 진짜 화사하게 나무에 송이송이 가득 피어있었다. 정말 이뻤다. 핸드폰으로 찍어야지, 하면서 가방 속의 핸드폰을 찾아 뒤적이다가 꿈에서 깼다. 내가 그 꽃을 땄으면 태몽인데 그냥 스쳐 지나갔으니 태몽이 아닌가? 싶어 친구에게 꿈을 팔았다.
그로부터 몇 주 후, 나는 임신을 했고 친구는 내게 꿈을 돌려줬다. 다시 한 달 후 유산을 했다.
이 태몽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 주변의 어른들과 이야기를 했을 때 내가 제일 많이 들은 말이 '꽃을 땄어야지, 사진을 찍었어야지'와 '꿈을 팔지 말았어야지'였다. 그러니 이것이 태몽이었다면 제법 정확한 편이 아닌가.
그리고 나는 두 달 전 또 태몽인가? 싶은 꿈을 꿨다. 집안에 있는데 바깥에서 호랑이 한 마리가 들어오려고 집 주위를 뱅뱅 돌며 틈을 찾고 있었다. 나는 들어오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창문을 다 닫았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바깥소리를 듣다가 잠깐 문틈을 열어서 봤는데 결국 호랑이는 집안으로 들어와 거실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다시 문을 닫으면서 잠에서 깼다. 이번에도 긴가민가 했다. 너무 생생해서 잠에서 깬 순간 '태몽이다'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하니 꿈속의 집은 내 집이 아니었고 나는 호랑이가 못 들어오게 막으려고 했고 결국 호랑이는 방이 아닌 바깥에 있었다. 그때 그 목련꽃과 똑같은 느낌이었다.
두 달 동안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렸지만 두 달 연달아 예정일 맞춰 생리가 터졌고 나는 이 꿈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다. 결국 듣게 될 말은 똑같을 것 같았다.
남편은 태몽을 믿지 않는다. 태몽뿐만 아니라 점, 미신, 사주, 뭐 그런 것들에 대해서 기대감이나 신뢰가 없다. 나는 맞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정도의 상태라 그냥 그러그러했다는 것을 남편에게 얘기하지만 그에 대해 '그런 건 다 필요 없어, 말도 안 되는 것들이야'같은 현실적인 반응을 한다.
그저 의미가 필요했다. 그런 꿈을 꿨으니까 혹시나 이번 달, 아니면 다음 달에 기대해볼 만하지 않나? 기다리는 사람에게 그 정도의 의미부여는 필요하지 않나? 오이 꿈, 밤 꿈을 꿨다며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셨었다는 어머님의 마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