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후 네 번째 이사-이사할 때 챙겨야 할 것들

가전 가구가 망가지고 있다

by hongdan

결혼은 10년 차인데 이사를 네 번 했다. 빌라, 아파트, 복층 오피스텔, 지상층, 반지하층 등 웬만한 주거형태를 모두 거쳤다. 느낀 바는 그중 아파트가 역시 최고라는 것. 차라리 전세금을 올리겠다 하면 더 주고 살면 되는 노릇인데 월세로 전환한다 하니 이사를 나갈 수밖에 없게 된다. 대출금액이 큰 편이 아니다 보니 상대적으로 대출이자보다 월세가 훨씬 아깝게 느껴진다.


나는 결혼 전에도 이사를 스무 번 넘게 다녔던 경험이 있다. 도대체 우리 가족 중 누구에게 역마살이 끼어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거친 초등학교는 4군데였고, 덕분에 어릴 적 친구가 없다. 초등학교 동창에 대해서 논하자 하면 나는 그냥 웃는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니 그 역마살이 나였는지 우리는 매번 계약기간이 끝날 때마다 이사를 다니고 있다. 남편은 결혼 전보다 결혼 후에 이사를 더 많이 경험 중이라고 한다.


워낙 많은 이사를 경험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사 자체에 거부감은 없다. 물론 귀찮고 번거롭고 돈이 드는 등등의 문제가 있고 이제 그만 이사를 다니고 싶다는 생각도 간절하지만 계약기간 끝나고 전세계약이 불가하다면야 이사를 가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마음을 먹으면 대출을 더 껴서 내 집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 같진 않지만 내가 원하는 주거형태는 아파트고, 비싸다. 정말 너무너무 비싸다.


어쨌든, 얼마 전 네 번째 이사를 마쳤고 짐을 정리하면서 보니 산지 10년이 채 되지 않는 세탁기에 스크래치가 엄청났다. 어디 세탁기뿐이겠는가. 냉장고 문짝 위아래로도 험한 이동을 거친 흔적이 남아있었고 책상이니 선반이니 모두 한집에 처음 모양새로 있었으면 생겼을 리 없는 스크래치들이 즐비했다. 이대로라면 사용 중에 생기는 고장보다 이동 중 생기는 고장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이 쓰린다. 신혼살림이었고 다들 처음 집에 들고 왔을 땐 모두 번쩍번쩍했는데, 고작 몇 년 만에 헌 중고짝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니.


과연 언제쯤 내 집을 갖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1, 2년 안에 일어날 수 있는 일도 아닐뿐더러 중고가전이 되었어도 우리 살림의 첫 가전 가구들이니 제 사용용도 다 할 때까지는 계속 써야지 어쩔 수 있겠는가. 집을 정리하는 내내 스크래치를 닦고 수선 가능한 부분은 수선해가며 본모습을 찾아주려고 노력 중이다. 이사 열흘만에 커튼까지 수선해서 달면서 집 정리가 끝났다. 그때는 정리도 청소도 그렇게 귀찮고 싫지만 막상 다 해놓고 나면 또 뿌듯하고 그렇게 손이 닿아야 내 집 같고 그렇다.


이사 관련해서는 개인적인 다른 것들은 그냥 제쳐두고 해야 하는 것, 챙기는 것들에 대해서 좀 남겨놓고 싶었다. 2년이 지나면 또 까먹고 뭐해야 하나 인터넷을 검색해볼 테니 이젠 진짜 맘먹고 나도 정리 한번 해놔야겠다고.


<<살고 있는 집에서 나갈 때>>

새집 알아보고 가계약 잡은 뒤 집주인과 이사날짜 협의

이삿날 정해지면 이삿짐센터 예약

이사 일주일 전 도시가스 전출 예약

이사 일주일 전 TV 케이블 및 인터넷 전출 예약(해지하거나 이전 설치하거나)

통장 이체한도 늘려놓기(보증금이 억 단위로 움직인다)

필요 없는 짐 처리하고 귀중품들은 미리 정리해놓기

이사 당일 오전에 한전, 수도세 납부(아파트는 관리소에서 처리해주고 빌라는 직접 전화해야 함)

아파트일 경우 이사 당일 관리소, 집주인을 통해 장기수선충당금 돌려받기

짐 빠진 집에 빠진 것 없는지 체크 후 집주인에게 키 반납, 공과급 납부사실 확인, 전세금 돌려받기


<<새 집으로 들어갈 때>>

계약한 부동산에서 잔금 치르고 비밀번호나 키 받기, 복비 지불하기

짐 들여놓는 것 위치 확인하기

한전, 수도 전화해서 납부자 명의 변경하기(전입), 도시가스 방문 시 명의변경 신청하기

공과금 미납이 있을 경우 명의변경이 안되므로 미납금 있을 시 부동산 통해서 임대인에게 받아야 함

가까운 동사무소에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 받기

미리 신청해뒀던 도시가스와 케이블, 인터넷 설치

이삿짐이 모두 들어오면 이삿짐센터 잔금 지불

에어컨은 이삿짐센터 직원분들이 분리해서 가지고 오므로 서비스센터에 새로 설치 신청 하기(전 집에서 미리 해두는 게 좋음)

은행에 목적물 변경 신청하기(보통 대출 연장 시 함께 처리되는데 대출일자와 이사일자가 다를 경우 따로 신청해야 함)


겨우 열흘 전의 일인데도 가물가물하다. 이사 직후에 정리 좀 해놓을걸 그랬다. 뭔가 더 한 게 없었나 생각을 해보는데 딱히 생각이 나질 않는다. 어쨌든 굵직하고 꼭 해야 하는 일들은 정리했는데 개인적으로 이삿날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집주인에게 키 반납하고 보증금 돌려받자마자 다음 부동산으로 이동해서 바로 잔금 치르고 복비 지불하고 새 집으로 이동하는 거였다. 빠진 거 없나 신경 쓰면서 돈이 오가는 부분이다 보니 제일 타이트하다. 가능하면 다음 이사 때는 이사 때 필요한 것들을 정리하면서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디까지나 생각만이다. 당장 그때가 다가오면 짐 정리하고 짐 풀고 청소하고 정리하느라 또 정신이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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