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있어 고양이 있어

결혼기념일을 날린 아이

by hongdan

남편은 결혼 전부터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했다. 우리는 고양이를 한마리 데려오자 마음먹었으나 둘이 맞벌이를 하는 터라 집이 비어있는 시간이 많아 입양을 하기가 썩 여의치 않았다. 그런 우리의 고민을 비웃기라도 하듯 어느날 아침에 일어난 소동으로 우리는 단번에 고양이를 입양하러 달려가는 일이 생겼다.


먼저 출근하는 남편이 어느 날 집을 나선 지 약 5분도 안되어 돌아왔는데 그 손에 러시안블루 고양이 한 마리가 안겨있었다. "자기야, 냥줍 했어 ;ㅁ;"


누구네 고양이가 집을 뛰쳐나왔는지 어두운 복도에서 헤매다가 남편을 발견하니 발치에 붙어서 냥냥거리더란다. 그 러시안블루는 아주 잠시 우리 집에 머물렀고 안내방송을 통해 주인을 찾아 돌려보냈다.


그로부터 반 년이 채 안된 어느 날 우리는 샴 고양이 한 마리를 분양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남편은 백수가 되었다.(고양이 때문에 백수가 된 것은 아님)


제 몸집보다 한 10배는 큰 이동장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보송보송한 솜털을 뿜뿜하던, 그 작은 고양이 덕분에 우리 부부는 매일같이 가던 카페에 발길을 끊고 집에 눌러앉아 하염없이 눈을 맞추고 바닥에서 뒹굴기 바빴다.


즐겨먹던 홍시 스무디에서 이름을 따서 고양이의 이름은 홍시가 되었고, 홍시가 가족이 된 지 이틀 만에 시어머님께 전화가 왔다. 너희 오늘 맛있는 거 먹었냐고. 알고 보니 어머님이 전화주신 그 날은 우리의 2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겨우 2년 만에 결혼기념일을 잊어먹을 수가 있나? 고양이의 힘은 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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