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학과에서 질문하면 교수님께 혼나는 이상한 상황
간호학과를 입학하기 전, 타학교 간호학과에 먼저 다닌 친구의 말에 따르면 교수님께 할 수 있는 말은 단 3가지밖에 없다고 했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말씀이 맞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아무리 위계질서가 심한 간호학과라도 그렇지, 그렇게까지 자신의 생각조차 말하지 못하게 할까 싶었다. 그래서 처음에 들을 땐 듣는 둥 마는 둥 했었다. 하지만 친구가 그 말을 할 때 심각성을 알았어야 했다.
대학 수업은 고등학교 때와 달라서 화장실을 가거나 전화를 받으러 갈 때면 교수님께 굳이 말하지 않고 조용히 나가서 해결하고 온다. 그것이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의 입장이나 수업을 듣는 동기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밖을 나가게 돼서 듣지 못한 부분은 온전히 자신에게만 책임이 있기에 나중에 어떤 불상사가 생기더라도 스스로 책임을 진다. 그렇기에 수업 중 조용히 자신의 신체를 돌보러 나가거나 일상을 지키러 잠시 나가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
어느 날, 수업 중 동기 한 명이 화장실이 급해 잠깐 강의 시간 도중 밖을 나갔고, 그날따라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신 교수님은 화가 나셨다.
“누가 내 허락 없이, 내 강의시간에 나가라고 했나요?”
교수의 말 한마디에 삽시간에 평화로운 강의실은 교수의 권위로 가득 차 버렸다. 조용히 강의를 잘 듣고 있던 학생들만 싸늘해진 부위기에 압도당했다. 10대까지 ‘대학에 가면 나는 자유다’라고 되뇌며 공부했던 아이들은 “누가 내 허락 없이”라는 말에, 드디어 잡은 듯한 자유가 허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 강의시간’이라는 교수의 권위에 이제 막 20살이 된 아이들의 사고가 눌려졌다. 뒤늦게 들어온 장본인은 조용해진 강의실 사이로 “죄송합니다”만 두어 번 반복했다.
또 다른 날이었다. 어떤 동기 한 명이 “교수님마다 설명을 다르게 하는데,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던 날이 있다. 그때 교수님께서 “다른 교수랑 상관없이, 이전 교수한테 배우던 건 싹 지우고 상황에 맞게 너희들이 변화해야지.”라고 하셨다. 만약 의문을 다시 한번 제기하면, 교수님께서는 “말대꾸하지 마.”라고 하신다. 그러면 그 동기는 "죄송합니다"라고 하게 된다. 교수님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그에 맞춰 변화해서 행동해야 한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의문에 대해 표현할 때 그것을 말대꾸로 치부해 버리게 되면 학생들을 스스로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지금까지 정형화된 정답 속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했더라면 앞으로의 삶은 예측한 순간보다 순간 대처능력으로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 더더욱 많아질 것이기에 스스로 사고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생사가 오가는 병원 현장에 나가 일을 하게 되는 것이라면, 현장을 나가기 전에 의문을 가지고 질문하고 사고하는 것은 더더욱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좋은 대학병원에 가려면 교수의 추천서가 필요하고, 현장에 계시던 교수들이 많기에 취업 시 추천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어떠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두렵다.
그렇기에 현재 간호학과의 모습이 걱정된다. “ 죄송합니다.”, "교수님 말씀이 맞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 등의 말로써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상황을 인정할 건 인정하되, 적어도 스스로 사고하고 말로써 표현할 정도의 자유가 인정되면 좋겠다. 간호에 대한 필요 지식만을 공부하게끔 하고 시험에 나오는 것만 주입하는 것은, 우리를 더 수동적이고 생각할 수 없게 만들 뿐이다.
* 앞으로 간호학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