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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델라 May 08. 2019

"너 어제 밤새 공부했지?"

간호학과 1학년 첫 중간고사

    간호학과에 들어가고 첫 중간고사가 다가다. 시험기간이 되자 친한 친구끼리 모여 도서관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기도 하고, 갑자기 무리에서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다. 개강  무리가 형성이 안 되었을 때는 ‘공부는 모르겠고 친하게 지내자’는 순수한 얼굴로 비슷해 보이는 성격끼리 묶였다. 그러다 막상 첫 시험이 다가오자 무리 안에서도 공부 성향이 맞는 친구끼리 나뉘고, 갑자기 따로 이탈하는 등 아주 다양한 모습이 펼쳐졌다.     

    시험 기간에는 공통점이 있.


    첫 번째는 자신들이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안학교를 나온 사람으로서 수능을 위한 공부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고 그러므로 수능을 쳐보지 못했기에 간호학과 정도 가려면 어느 정도의 내신 성적을 받아야 하는지는 잘 모른다. 학기 초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인문계에서 전교 30등 안에는 당연히 들고, 내신 점수 1등급을 받아야만 간호학과에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다들 고등학교 시절에 공부를 꽤나 잘한 친구들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은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학교생활 중에서 공부를 잘한다고 인정받지 못했던 걸까. 작년 겨울 jtbc에서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현재 대한민국 입시위주의 교육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드라마 스토리처럼 극심한 스트레스로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까지도 해하는 상황은 아니더라도, 자신을 저평가하고 심지어 저평가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이다. 때문에 사회가 지정한 ‘수능’이라는 큰 목표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자신을 저평가하고, 자신이 쉴 동안 다른 친구가 공부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리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너 어제 밤새 공부했지?”하며 묻는다. 그리고 대답이 어떻든 간에 누구든지 비슷한 대답을 한다. “나는 공부 하나도 안 하고 놀았는데.”     

    두 번째 공통점은 공부를 하고 있어도 그 사실을 숨기는 것이다. 새벽에 카카오톡으로 친구가 자는지 안 자는지 분위기를 살피면서까지, 친구가 공부를 하는지 안 하는지를 궁금해한다. 그리고 자신은 공부를 한다. 학교에서는 밤샘 공부 없이 일찍 잔 척을 하거나 밤새 sns를 하느라 공부를 못했다고 둘러된다. 내가 공부한 사실을 숨겨서라도 상대 친구가 ‘내가 저 친구보다 성적 잘 받겠네’하며 안일해지길 원하는 건지 아니면 공부하고 성적이 낮게 나올까 봐 무서운 것인지는 몰라도 공부 한 사실을 숨기려 애쓴다. 명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공부하는 것이 잘못은 아닌데 꼭 공부했다고 하면 잘못한 강아지 꼬리가 된다.  

    반면 집단지성을 발휘해야만 하는 조별 활동에서는 소홀하다. 발표나 보고서와 같이 공동의 합작을 해야 하는 일이 주어지면 시험보다는 흐지부지 얼렁뚱땅 끝내려고 한다. 물론 강의 평가 기준을 살펴보면 중간, 기말 시험을 2개 합친 것보다 과제 비율이 낮기는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비율임에도 소홀하는 모습이, 시험에만 집착하는 모습으로 보여 참 안타깝다. 하기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동안 수능 위한 공부습관과 경쟁의식을 습득한 것일 테니 단번에 해방되는 것도 이상하다.     


    조별 모임으로 우정이 상하는 일도 있겠지만, 서로 배우고 함께 나누는 행위를 계속하다 보면 친구의 장점도 눈에 더 잘 들어오고 강의에서 배울 수 없는 부분까지 챙겨갈 수 있을 것이다. 


    중간고사가 끝났다. 노력한 부분보다 시험 종이 하나로 누군가에게 평가받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 괴롭다. 적어도 기말고사 이전까지는 “너 공부했어?” 하 친구들 간의 눈치싸움과 “난 공부 하나 제대로 못해”라며 스스로 자책하는 모습을 안 보게 된다. 1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면 푸릇한 새잎이 돋은 나무들이 반긴다. 대학을 다니며 지금까지 우정에 대한 의심과 저평가로 가득했던 시간을 치유하고 진실된 우정을 찾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 앞으로 간호학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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