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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델라 May 12. 2019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간호학과에서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일들에 대한 고찰

    나는 대안학교를 다니며 스스로 공동체에 대해서 정의를 내렸다. 내가 속한 공동체 생활은 단번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잘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한 끊임없는 논의를 통해 서로를 이해했고, 관계망을 넓혀나갔다. 언제나 예외의 상황은 생기기 마련이었고, 머리를 맞대고 서로를 이해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몇 시간이고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여 공동체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학교 구성원 대다수가 공동체를 위한 노력을 해서 완벽한 공동체보다는 최선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만들어나갔다. 


    그리고 사회에 나갔을 때 개인주의적인 사고에 익숙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지자체에서는 각종 복지단체를 통해 약해진 공동체를 위한 프로그램에 지원하였다. 그나마 20살. 내가 다닌 첫 대학은, 인간적인 대학의 면을 갖고 있어 학내가 부산스러워질지언정 끊임없이 투표와 논의를 통해 공동체성을 지키려 노력했다.     

    나름대로 고등 3년 간 지역사회 내에서 공동체 생활을 해왔기에 감각적으로 공동체 생활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두 번째 대학인 간호대학에 왔다. 어느 지역이든 단체든 간에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것이 유행이 되어버린 현재 모습이 간호학과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오리엔테이션, MT, 중간고사를 치르는 등 어떤 행사를 할 때면 늘 ‘공동체’를 강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간호학과라 하면 떠오르는 실습복을 나눠주는 날이었다. 1학년 전원 모두 강당으로 모이라 하였고 수업이 늦게 마친 1학년 2반이 올 때까지(간호학과 인원이 많아, 총 3반까지 있다) 70명가량 되는 인원이 강당에 앉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도중 곳곳에서 ‘지금 모여 있는 반은, 반 별로 옷 받으면 안 되는 거야?’라고 물었더니, 그 강당을 지휘하고 있는 학생회장이 ‘모두 바쁜 건 아는데, 간호학과는 공동체 생활을 중시하니까 모두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다. 정숙하시고 앉아서 기다려 주십시오.’라고 했다. 강당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생회장의 말에, 70명의 인원은 하는 수 없이 마지막 한 명이 올 때까지 기다리게 되었다.      

    2반은 쉬는 시간 포함하면 30분가량 늦게 마쳤다. 수업 시간 내내 볼일을 참은 2반 친구들은, 너도 나도 화장실에 들러 급한 볼일을 보고 서둘러 강당으로 갔다. 화장실에 다녀와 늦은 친구들은 먼저 온 다른 반 친구들에게 '아'하는 탄식으로 간접적 비난을 받았다. 처음에 2반 친구들을 기다릴 때는 ‘사이즈가 섞일 수 있으니 그런 걸 거야’하며 기다렸지만, 알고 보니 사이즈는 반 별로 다 나뉘어 있었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업무의 특성상 서로 협력과 지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모두를 기다린 행동이 공동체의 모습일까. 예외의 상황은 고려되지 않은 채 권위적인 사람의 지도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다가, 결국 원망의 화살은 늦게 온 친구들에게 향하는 게 맞는 걸까. 조금 더 건강한 공동체를 추구한다면 예외의 상황을 고려하여 같이 논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모두에게 자유를 준다면 질서와 균형이 깨질 수 있지만, 대다수 인원이 공동체에 대한 규율을 지켰지만 예외의 상황이 생긴 것이라면 이해되어야 할 것들이 있지 않았나 싶다. 

    이 밖에도 MT, 스승의 날 행사 등 공동체라는 이름 아래 지켜져야 할 게 많이 남아 있다.  나만 이런 걸까 싶어서 주변에 간호학과가 아닌 다른 학과에 간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사정은 비슷했다. 더하거나 덜 하는 정도의 차이일 뿐 공동체라는 이름 아래 예외 상황 없이 지켜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어쩔 수 없다'며 지켜야 할 때가 더욱 많겠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이 아닌 듯, 정말 ‘아니다’라고 판단이 설 때에는 용기 있게 말할 수 있어야겠다. 혼자가 어렵다면 같이 연대할 동료를 만들어 건강한 방향으로 함께 만들어나갔으면 한다. 혼자 나서는 건 두렵더라도 함께 한다면 용기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연대하여 건의한다면, 학생회나 학교 측에서 한 번이라도 고민할 수 있을 것이고  조금 더 괜찮은 방법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공동체는 독단적인 권위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그리고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머리를 맞대고 서로 이해하는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앞으로 간호학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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