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학과 선배들이 지키고자 하는 모습 중 하나가 “존댓말”이다. 벌써 간호학과에 입학한 지 2개월. 나이가 많건 적건 선배라면 반드시 존댓말을 듣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처음 본 사람과 말을 놓거나 친하게 지낼 수 없다. 하지만 서로 통성명을 하고 차차 친해져 나름의 고민 상담까지 하게 되었음에도 존댓말을 끝까지 지키려 한다.
학교에서 학과 전체를 대상으로 어떤 행사를 하게 되고, 나는 그 행사에 참여하기 싫어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그곳에서 만난 같은 학과 2학년 선배는 처음부터 거리를 뒀다. 처음엔 성격인가 했다. 아 이 사람은 원래부터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타입은 아니구나 했다. 하루였지만 자원봉사를 하면서 이름은 알고 지내면 좋겠다 싶어 이름을 물었고 자연스럽게 나이도 알게 되었다. 나는 4살이 더 많았고, 위계질서를 싫어했기에 자연스럽게 편하게 대화하고 싶었다. 하지만 2학년 선배는 그러고 싶지 않아 했다.
"서로 편하게 반말하는 건 어려울까요?"
"네. 아무래도 간호학과니까요."
그냥 이 사람은 현재 학과에서 암묵적으로 지켜지고 있는 문화를 철저하게 동조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토록 존댓말을 원하는데 이런 걸로 사이 나빠질 이유가 뭐가 있나 싶어서 그냥 계속 존댓말을 하며 봉사활동을 마무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와 나이가 비슷해서 친해진 2학년 선배와 대화를 하던 중 같이 자원봉사활동을 했던 그녀가 나타나 동기끼리는 서로 반말하는 걸 보게 되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1학년이란 이유만으로 존댓말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단 것을 말이다.
나는 현장에서는 예민한 환경이기에 학교 안에서 만큼은 유연하고 유동적인 생활을 하고 싶었고, 욕심이지만 동기끼리 선, 후배끼리 다독이고 연대하길 바랬다. 학교에서 말투나 높임말과 같이 사소한 것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고,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 현장에 가면 또 좋지 않은 방향으로 문화가 형성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장에서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에 예민할 수밖에 없고, 아무리 같은 간호사라고 해도 경력이 많은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상황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현장에서는 어느 정도 위계질서가 존재할 수밖에 없고 현장의 분위기에 맞게 적응을 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그다지 예민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도 아니고 학교차원에서 MT, 체육대회 등 서로 협동과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행사를 의무적으로 전원 참석하라고 하면서 이렇게 까지 선, 후배 간에 선을 긋고 딱딱하게 지내야 하나 하는 의문이다.
존댓말을 하면 위계질서 있는 분위기가 지켜질 수 있으나, 꼭 존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존중의 의미가 무너지는 것은 아님에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연한 사고가 유연한 행동을 만들고 유연한 행동이 선행을 인도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 이러한 작은 관습부터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통적으로 지켜져 온 문화들이 전부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으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지켜진 것들이 현재와 괴리감이 든다면 바뀌어져야 한다.
* 앞으로 간호학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