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븐하게 반짝여요
디자이너는 눈이 자다.
길이를 측정하는 잣대에 비유하여 디자이너들끼리 서로의 눈을 재는 말이다. 이러한 일들이다.
피팅업무(Fitting-대량생산 이전 단계에서 샘플을 입고 수 차례 수정을 거치는 작업)를 볼 때, 1~2mm의 좌우찐빠(좌우비대칭을 의미하는 패션실무용어)를 알아챈다.
봉제에 살짝 틀어진 소매의 각도도 쉽게 눈에 띈다.
허리 밴드의 주름 정도가 이븐(even) 하지 않다며 봉제를 지적한다.
쇼핑하러 간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고는 소매통이 넓네 좁네 수정코멘트를 뱉어내기 일쑤다.
무슨 소용 있니. 어쩌면 좋으니. 눈에 뵈는 걸. 눈이 보배는 아니어도 죄는 없다.
몸 담았던 패션계에서 발을 슬쩍 뗀 후로 미간을 찌푸릴 업무가 사라졌다. 더 이상 좌우찐빠를 살피거나 소매의 활동성과 주름의 분량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마음이 멀어져 가니 눈도 먼다. 옷보다 다른 것들이 눈에 뵌다. 22년 묵은 디자이너의 때 묻은 눈이 반짝이는 이곳으로 따라와 보시라.
오늘의 쇼핑 목적지는 <다이소>. 흥청망청과는 거리가 먼 알뜰홍디의 픽에 부디 의심의 눈초리는 거두어 주세요홍홍.
홍디의 크리스마스 재료 정보
-구입장소 : 다이소
-목록
1) 테이프-글리터 마스킹테이프 1000원
2) 스트링-털실 (3년 전 구매, 가격 아리송해봤자 1~2천 원)
오늘의 알뜰 소비는 골드와 실버 두 가지 색상의 글리터 마스킹테이프. 크리스마스 쇼핑 별 것 아니다. 단돈 1000원으로 반짝이는 것을 득템 하다니 눈이 부시다. 테이프를 사들고 집에 오자마자 포장을 뜯어보았다. 고가의 아이패드만 언박싱하는가. 천 원짜리 다이소테이프도 포장 풀면서 첫 느낌과 분석 들어간다. 아무리 디자이너의 눈이 자라지만, 영상도 아닌 언박싱 문장으로 대리만족이 되실라나 몰라요홍홍.
<다이소> 글리터ㅣ마스킹테이프
1. 이븐 하게 반짝인다. 펄감이 뛰어나 크리스마스 느낌 내기에 딱이다. 예를 들면 트리 꼭대기의 별.
2. 일반적인 마스킹테이프보다 두께가 3배가량 도톰하고 힘이 있다.
3. 접착력은 떨어진다. 매끈한 종이에 붙이면 쉽게 떨어지므로 요철감 있는 재료에 사용하기를 추천한다.
재료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여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보자. 예쁘기만 한 디자인은 쓸모가 없다. 눈길을 끌면서도 실용적이어야 하며, 두고 볼수록 식지 않는 매력을 중하게 여긴다. 혹 해서 지르고 모셔두는 옷보다 이끌려서 샀는데 두고두고 입는 옷을 디자인하는 편이 홍디 편.
궁리한 아이디어는 크리스마스의 반짝이는 선물이다. 이븐 하게 뛰어난 펄감의 테이프를 잘라 네모난 선물상자를 붙여준다.
서랍을 뒤져 크리스마스 느낌을 낼 만한 털실을 찾아냈다. 건만이 1학년 생일파티 때 답례품 선물 포장을 위해 집 근처 다이소에서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세 가닥의 털실이 두꺼워, 한 가닥은 빼내고 두 가닥만 사용했다.
실을 통과시키기 위해 상자의 가운데에 칼집을 내었다. 종이 앞 뒤로 차근차근 끈을 밀어내고 당겨본다. 종이에 바늘 없이 바느질하는 느낌으로.
네모의 위치와 사이즈를 감안하여 리본 끈을 다양하게 연출해 보자. 접착력이 약한 테이프가 들뜨지 않도록 정성껏 묶어준다.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카드를 만든 지 20일 정도 경과한 현재까지는 선물 모양 그대로 이븐 하게 붙어 있다. 취향과 정성을 쏟은 핸드메이드는 망가지지 않고 오래 두고 봐야 뿌듯하니까.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선물을 소중한 사람에게 건네보자. 스스로에게 선물해 보는 것도 좋다. 크리스마스니까.
자, <이븐 하게 반짝이는 선물> 오늘의 완성컷이다. 천 원 이상의 가치로 반짝이는 선물이면 좋겠다.
따라 하지 않으시더라도 언박싱 영상에 빠져들 듯 대리만족 하시길 바란다. 누구에게 선물할까 설레며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던 낭만을 추억 상자에서 꺼내보시라. 별 것 아닌 디자인으로 별 볼일을 만들면서 오늘을 애쓰는 그대를 응원한다.
+덧마디
별 것 아닌 선물 크리스마스 카드 만드는 과정은 홍디 인스타에서 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어요홍홍
https://www.instagram.com/reel/DC5rdw0TKTn/?igsh=MWtqYTJ3NDM5eG12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