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는 막대사탕도 옷을 해 입힌다
2024년 크리스마스트리 꺼내신 분? 홍디네 트리는 아직 베란다 신세다. 지난해에는 그리 다그치더니 어물쩍대다가 금세 크리스마스 되겠다. 이번 주말에는 기필코 거실로 성탄나무를 끌어내리라. 1년 만에 슬쩍 꺼내보는 크리스마스트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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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는 아직 꾸미지 못했지만 집구석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진작부터 깨작대고 있다. 어쩌면 12월 원데이클래스를 준비 중인 홍디의 머릿속이 흔들린 스노볼처럼 크리스마스로 넘실대는 걸 수도.
건순이와 함께 다이소 간식 코너에서 한아름 안고 온 막대사탕을 집어 들다가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지난번 스타필드 플라잉타이거에서 사다 놓은 재료를 써볼 일이 생겼구나. 바로 이것이다.
홍디의 크리스마스 쇼핑 정보
-구입장소 : 플라잉타이거
-상품명 : XMAS귀염뽀짝 쿠키커터
-가격 : 7,000원 (고심 끝에 겨우 결제)
‘금손이셔요’ 이야기 몇 번 들었다고 핸드메이드로 쿠키까지 만들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홍디는 베이킹 몰라요홍.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출시된 쿠키커터가 큼직한 사이즈에 모양과 비율이 좋고 튼튼해 보여 쟁였다. 1~2천 원 저렴했으면 덜 고민했을 테지만 결국은 지갑을 열었다. 두고두고 7,000원어치 이상은 활용할 자신이 있다. 어디, 홍디 따라 사탕트리 만들어 보겠는가. 찬찬히 따라와 보시라.
1단계. 트리 모양틀에 물감을 칠하고 종이에 찍는다.
바르는 물감은 중간톤의 그린 칼라. 홍디는 샙그린(Sap Green)과 올리브그린(Olive Green)을 조색했다. 농도는 ‘어? 조금 진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충분히 발라준다. 물이 많거나 꼼꼼히 바르지 않으면 찍었을 때 라인이 끊길 수 있다. 일부러 그런 효과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오늘은 아니다. 트리모양은 선명하게 쾅 찍히도록 꾹 눌러보자.
2단계. 트리 색칠공부해 보자.
트리 없는 집은 있어도 면봉 없는 집은 없쥬? 나무를 전체 칠하고 면봉으로 오너먼트를 콕콕 장식해 줄 거다. 밥 아저씨가 쉽쥬? 하지만 어려워 보였던 마음을 기억한다. 이 정도면 어떤가? 만만해 보이는가? 화면 밖 애미 옆에서 초딩 건순이도 함께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기왕이면 있어 보이는 팁 세 가지 투척.
하나, 나무를 빼곡히 그린으로 채우고 물감이 마르기 전에 더 진한톤으로 음영을 주면 입체감을 살릴 수 있다. 가장 진한 칼라로는 쉐도우그린(Shadow Green)을 톡톡 얹어주었다.
두울, 그린 트리가 완벽히 마르기를 기다려주자. 덜 마른 상태로 면봉질을 하다가 색이 번질 수 있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고 당을 채워줄 주전부리를 챙겨 올 기회다.
세엣, 면봉에 묻힐 물감에는 물을 최소한으로 섞어 색의 농도를 올리는 게 좋다. 흐릿하여 여러 번 덧대어 찍지 않고 단번에 선명한 동그라미를 보고 싶다면 말이다. 면봉 까짓것 그림 도구로 우습게 보지 말자. 꾹 힘주어 누르면 큰 장식을 툭, 콕하고 살짝 찍으면 작은 사이즈의 장식으로 트리 그림을 쉽게 꾸밀 수 있다.
3단계. 금테를 두르고 테두리를 오려내.
크리스마스는 반짝여야 제 멋이다. 골드 펄 칼로 테두리를 그려줄 거다. 물감이 없다면 마카나 펜을 사용해도 좋다. 테두리를 둘러주는 것은 장식과 동시에 정돈의 역할도 있다. 비뚤비뚤 삐쳐 나온 색칠공부책에는 라인이 두껍지 않은가. 숨김의 멋이다.
테두리를 오릴 때에도 눈짐작으로 화이트 바닥은 남겨두고 오려주었다. 라인 따라 바짝 커팅할 경우, 가위질하면서 그림을 잘라먹기 쉽고, 선의 두께가 일정하지 않은 흠이 잘 보인다. 거리 두기가 상책.
4단계. 트리의 탑스타가 빠질 수 없지.
트리 꼭대기에 큰 별장식을 달아보자. 건순이에게 종이나라 모양 커터를 협찬받았다. 색종이나 버려지는 포장지를 오려서 붙여주어도 된다. 별 것 아닌 것 해보자고 일부러 커터 사러 쿠팡 검색하지 마시라 이 말이다. 별 장식은 앞면만 붙여도 좋지만, 마스킹테이프로 별 두 개를 잘라서 앞뒤로 붙여주었다. 견고함은 살리고 허술함은 줄인다.
5단계. 아까워도 가위질, 칼질해보는 거지 뭐.
트리모양이 완성되니 이대로 빈 카드에 붙여 메리크리스마스나 영문으로 한 자 적으면 핸드메이드카드 완성이겠다. 오늘은 막대사탕 옷 해 입히기로 마음먹은 날이니, 아깝지만 가위질, 칼질을 해본다.
사탕을 얼굴 삼아, 막대를 손 삼아 내밀 수 있도록 어림잡아 잘라준다. 사탕을 나무에 끼우면서 손을 놀리는 동안 머릿속은 참 멀리도 여행을 떠났다. 어린이박물관 앞에서 아이들이 찍었던 기념사진도 떠오르고, 학교 축제에 물풍선 터트리던 추억까지 몽글몽글.
책상 귀퉁이에서 꾸붓한 자태로 조물거리는 애미에게 건순이가 다가와 묻는다.
건순 : “엄마, 뭐해요? 나도 같이 할래. ”
애미 : “그래, 해보자. 막대사탕에게 트리옷을 디자인하고 있거든. ”
건순 : “아, 사탕이 추울까 봐 옷 입혀주는 거야? ”
애미 : “트리, 쿠키, 별모양이 있는데 건순이는 무슨 옷을 만들어 볼래? “
건순이는 쿠키인형을 만들어 주고 싶은 친구가 있다며 거침없이 붓을 놀리더니, 오늘 아침 손에 고이 들고 등교를 했다.
자, <사탕트리>와 <쿠키야사탕이야> 완성컷이다. 오늘의 선물은 아무래도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인 아이들에게 건네는 것이 좋겠지? 아닌가? 어른도 받으면 좋아할 다른 간식에도 옷을 입혀볼까나? 디자이너는 그럴싸해 보여도 쉴 새 없이 고달프다. 디자인이 별 거냐.
별것 아닌 것들을
별 볼 일 있게 만드는 걸
귀찮아하거나 겁내지 않는 것
+덧마디
아이를 위해, 아이와 함께 만들 수 있는 사탕선물 완성 과정은 홍디 인스타에서 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어요홍홍
https://www.instagram.com/reel/DDbSdkJT-sZ/?igsh=NGFvd3ZkdHlodjF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