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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디 Nov 11. 2023

이 가을, 자전거로 호수 한 바퀴

자전거타령 #2


죽지도 않고 또 갔네. 두발이타령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못탄 두발이. 2발X4인=8바퀴 로 굴리고 온 이야기로 들어간다. 이 가을, 자전거로 호수 한 바퀴 해보자.

1년 만에 작정하고 찾은 영랑호는 머리 위며 발 아래며 온통 울긋불긋함으로 가득했다. 잔뜩 부풀은 기대를 안고 먼저 자전거대여소에 들렸다. 두발이 한 시간에 5천원X3대=1만5천원 이다.


"사람은 넷인데 3대만 빌리나?"

"아, 아이꺼 하나는 가지고 왔어요."

한결같이 퉁명스러운 친절도의 사장님 우리 또 봐요. 친절과 서비스 상관없이 재방문 보장이다.


우리 7살이의 두발이는 차에 고이 실어 모시고 갔다. 대여소에 18인치 두발이는 없을 확률이 100%니까.

호수 초입에서 움찔움찔하던 두발이 4대가 드디어 칙칙폭폭 나란히 출발했다. 감미로운 음악을 담당하는 DJ애비가 1번 두발이로 나아간다. 그 뒤로 초3이와 7살이, 포토 애미가 맨 뒤에서 엄호하며 찰칵거린다.


세발이에 품고 있던 아이들이 각자의 두발이로 균형을 잡고 나아가고 있다. 가족 넷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발을 구른다. 1번 두발이에서 연하게 흘러나오는 음악, 바퀴가 낙엽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스락 소리, 페달을 굴리지 않아도 바퀴가 돌아가면서 나는 치르륵 소리. 내 귀에 캔디처럼 달콤한 소리들이 가득했다.


"앞에 차 온다. 초록길로 들어가자!"

"뒤에 나 따라 들어가요!"

"여기 예뻐요. 잠깐 모두 멈췄다 가요. 브레이크!"


@HONG.D 찰칵


내리쬐는 햇살에 호수의 윤슬이 반짝반짝 살랑거린다. 아이들은 예쁜 낙엽을 주우며 어찌하면 구겨지지 않게 집까지 가지고 갈 수 있을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평온함을 깬 건 엉덩이다.


"여보는 괜찮아?"

"응, 말짱한데? 왜? 다리 아파?"

"아, 다리 말고 엉덩이가 너무 아파"

"이건 괜찮아 한 번 타봐. 잠깐 바꿔서 타보자."

1번 주자와 자전거를 바꿔타고 열 번 쯤 페달을 밟았나. 애미도 애비 엉덩이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으로 해산물 가득한 한상을 뚝딱하고 자전거 좀비 가족은 전날처럼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골랐다. 아픔을 겪어본 사람들은 두발이를 고르는 눈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만 아는 비밀처럼 안장을 살피며 엄선한 자전거들. 어제의 시련은 오늘의 안락으로 다가왔다. 포근한 엉덩이 덕분에 내 귀의 캔디는 훨씬 더 달콤했다. 1박 2일 자전거 여행으로 노는 레벨이 한 단계 진화한 건 덤이다.



2023버전 두발이 자전거타령 TIP

하나, 자전거 대여시, 안장이 넓직하고 쿠션있는 편한 걸로 잘 고르자. 중요도★★★★★
둘, 아이자전거가 접이식이거나 차에 실리는 크기라면 가져가도 좋다.
셋, 대여소에서 범바위쪽으로 출발하길 추천. 호수를 오른편에 두고 달리면 차와 사람을 피하는 수고가 줄어든다.
넷, 대여기준 1시간을 조금 넘어도 괜찮다(사장님의 퉁명한 무관심).
고통을 안겨준 자전거는 무엇일까요? (왼쪽사진)첫째날  (오른쪽사진)둘째날




타령 타령 그놈의 자전거타령


엄마 내 자전거 언제 생겨요?

물 들어왔다고 1박2일 노를 제대로 젓고 왔지, 암만. 어지간해서는 무얼 해달라고 조르지 않는 초3이가 며칠 째 타령을 한다.


당근! 경쾌한 알림이 울렸다. '어린이 삼1000리 자전거 22인치' 제목과 사진을 재빠르게 스캔하고 채팅을 걸고 본다.

제가 살게요. 바로 탈 수 있는 상태일까요?
네, 바로 탈 수 있어요. 매장에서 비싸게 주고 산 거예요.
오늘 언제 거래 가능하실까요? 위치 알려주세요.

얼씨구 절씨구 자전거 타령을 마무리한다.





https://brunch.co.kr/@hongdi/10

여전히 오픈 이벤트도, 궁금해 하는 이도 없지만 써나갑니다. 자전거 타령 두 번째 이야기 여기까지.



오늘도 일상을 배워가는 길=STREET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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