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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디 Nov 11. 2023

얼씨구씨구 자전거타령

자전거타령 #1


작년에 갔던 세발이타령


초록불 켜졌을 때 길 건너야지.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하고. 우리 가족은 얼씨구절씨구 노는 분야에 진심이다(먹는 분야에는 진심 받고 고집 덧댄다). 우리 초3이, 7살이가 함께 두 발 자전거(이하 두발이)를 탈 수 있게 되었으니, 두발이의 꿀맛을 느끼러 가보즈아.


급히 월요일 학교도 제치고 일~월요일 속초 1박 2일 계획을 짠다. 눈치나 연차 따위는 퇴직 1년 차 애미 사전에 없으니까는. 사실 여행 계획도 딱히 없다. 자전거 타령이다.

’아기공룡둘리‘ 꼴뚜기왕자의 그지꼴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작년에 못탄 두발이 탈수 있다고 또 갔네


2022년 이른 가을, 우리 가족에게 신나게 웃으며 시작해서 겁나게 지쳐 끝난 자전거 일화가 있다. 장소는 속초 영랑호수의 자전거길.


마카 모예~(‘모두 모여’의 강원도 사투리)!

애미 회사 동지들로 구성된 세 가족이 속초에서 뭉쳤다. 당시 5살이부터 초4아이까지 열 명 넘는 대식구였다. 자전거 대여소에서 각자에 걸맞은 자전거들을 골랐다. 한 가족은 아빠 자전거 뒤 어린이 의자에 5살이를 태웠고, 한 아빠는 전동스쿠터를 택했다. 우리는 두발이를 못 타본 아드님과 함께 3인용 자전거를 골랐다. 3인용 자전거는 딸아이를 앞자리에 앉히고 뒤에 어른2 아이1가 앉으면 우리 가족에게 알맞았다. 아이들 어릴 적 미사리 경정공원에서도 까르르 웃으며 타 본 경험이 있기에, 앞으로 일어날 일은 모른 체 무슨 색 자전거가 좋을지에만 집중했더랬다.


출발은 충분히 들떴다. 두발이 가족들이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휭휭 스쳐 지나갔다. 3인용 자전거의 핸들은 운전자=애비가 혼자 잡고 있는 구조이기에, 애미는 유유히 앞서 나가는 두발이들의 모습을 놓칠세라 사진과 영상으로 담는 여유도 부렸다. DJ애비가 틀어준 음악이 흘러나와 가족 똘똘 뭉쳐있는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었다. 호수 배경으로 셀카도 찍고 아들도 자리를 바꾸어 페달을 굴려보았다.




속초시 아름다운 자전거길로 불리는 영랑호 자전거길. 전체 둘레 7.8km의 자연호수로 신라의 화랑 영랑이 발견하여 이른 지어진 영랑호다. 여기서 요점은 참말로 큰 호수라는 것이다. 몰라서 용감했던 거다. 나중에 알고 보니 3인용 4인용 자전거는 둘레길의 일부를 돌고 그 길로 돌아오면서 호수 풍경에 인증샷 남기는 추억 쌓기 용도로 적합했다.


호수 반쯤이나 지났을까, 다리 위로 올라가기 전 오르막이 나왔다. 애미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잠시 내렸고, 애비가 허벅지 터지도록 페달을 굴려보다 웃음이 먼저 터져버렸다. 결국 그 덩치 큰 자전거를 애비는 앞에서 끌고 애미는 뒤에서 밀며 오르막 구간을 통과했다. 아이들은 까르르까르르 재미나서 넘어간다. 몇 년 전 비스꾸리한 3인용 자전거를 네 마음 한 뜻으로 깔깔거리고 탔었던 건, 미사리공원이 평지였고 아이들이 어려서 가벼웠나 보다.


유독 발을 굴리는 애비의 웃음기는 점점 사라지며 ‘우리 가족 사전에 포기란 없어‘ 정신으로 무식한 무게를 굴려 호수 한 바퀴를 완주했다. 먼저 도착해 기다리던 일행들이 우리 자전거가 나타나자 격렬한 환호를 보내주어 마라톤 결승점의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멀리 보아야 아름답다


남는 건 사진뿐이다. 9월호 속초시 홍보잡지 언저리에 나올 법한 컷을 일행이 건네주었다. 사진만 보고 덧불일 설명은 이쯤 되려나.

‘여름의 끝자락, 녹음이 우거진 호반길에서 가족과 추억을 달려보세요. ’

사진도 사람도 멀리 보아야 아름다운가. 과연 애미가 애비 어깨에 편안히 기댄 걸까? 초록이 가득한 길 노오란 자전거의 현실을 밝히자면,  애비는 발구르기에만 집중하고 애미는 핸들을 부여잡고 있는 체험 삶의 현장이었다.



작년에 탔던 세발이의 자전거타령 TIP

하나, 3인용 자전거는 추억 쌓기 용도로 추천한다. 잊지 못할 추억이다.
둘, 아이들 어리고 가벼울 때 타면 수월하다(그만큼 애미애비도 젊을 테고).
셋, 자전거 대여소 퉁명한 사장님은 아무것도 안 알랴줌.




대문사진만 pixabay.


https://brunch.co.kr/@hongdi/11

아이들 두 발 자전거 처음 타던 날 이야기 혹여나 궁금하실까 봐.


오늘도 일상을 배워가는 길=STREET DESIGN.



자전거 타령 다음이야기로 가는 길

https://brunch.co.kr/@hongdi/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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