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핍을 받아들이렵니다

결핍의 행복론에 대한 경험담

by hongfamily

제가 다니는 회사에는 코로나 이전부터 자전거 열풍이 있었습니다, 삼삼 오오 모여서 라이딩을 가기도 하고 국토 종주에 나서는 분들도 있었지요. 저도 석 달 전쯤 아내가 흔쾌히 선물해주어 자전거의 세계에 입문했습니다.

자전거가 얼마나 재미있던지 한 달 정도 거의 매일 타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달 전쯤입니다. 60km 라이딩을 마치고 목적지에 거의 도착할 즈음 자전거를 타고 마주 오시던 할아버지를 비켜드리다 자전거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보도블록에 헬멧이 부딪히는 순간 아찔함을 느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헬멧과 오른쪽 어깨부터 팔, 다리까지 갈려서 헬멧도 자전거 옷도 망가지고 찢어졌으며, 팔다리는 찰과상에 피가 흐르더군요.


함께 갔던 부장님과 동료는 어쩔 줄 모르고, 저는 순간 그냥 내려서 비켜 드렸으면 넘어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부터 오늘 괜히 탔나 하는 생각까지 후회가 한가득 밀려왔습니다. 그저 찰과상이려니 했는데, 다음날 아침 팔이 안 올라가는 게 아닙니까. 이거 문제가 생겼구나 하고 병원으로 달려가니 그것만은 아니길 바라던 "골절"이었습니다. 넘어지는 순간 팔을 짚었는지 확실치 않으나 오른쪽 팔꿈치가 골절되었다 했습니다. 오른팔에 깁스를 하고 병원을 나서는데 앞이 깜깜하더라고요.


지금은 깁스를 풀고 회복 중이나, 두어 달의 결핍이 그저 불편하고 짜증스럽지만은 않다 생각했습니다. 팔이 부러진 것이 다행이라거나 수술을 안 한 게 다행이다라는 그런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왼손으로 씻으며 몸을 씻을 수 있어 행복했고, 직장 동료가 사준 깁스 위에 씌우는 보호대를 사용하고 샤워를 할 때도 그랬습니다. 왼손으로 포크를 써가며 힘들게 먹으면서도 한 끼 식사에 감사하게 되더군요.


오늘 작가님이 쓴 "도와달라는 외침" 중 소개한 "결핍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순간 깨닫게 되었습니다. 팔을 다친 동안 제가 행복했던 이유를.

결핍의 행복이란 말이 있다. 배고픈 사람은 밥이 행복이고, 몸이 아픈 사람은 건강이 행복이다. 사람은 막연히 행복하고 싶다고 갈망하지 않는다. 반드시 구체적인 결핍이 있기 마련이다.
출처: 마음씀 작가님의 도와달라는 외침 중

작가님은 이야기합니다. 행복에는 구체적인 결핍이 있기 마련이라고. 그 결핍의 정도가 욕구라고 생각하는데, 욕구란 것이 상대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만약 욕구가 상대적이지 않다면 비교적 쉽게 행복에 이를 수 있겠구나 하는 결론을 얻습니다.

그러려면 작은 결핍이 있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결핍이 없는 완벽에 가까울수록 행복을 위해 타인과 비교를 통해 만족하게 될 테니까요.


저의 경험을 통해 그리고 작가님의 글을 통해 결심을 합니다.


결핍을 급하게 채우려 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결핍을 받아들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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