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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family Sep 06. 2021

홍반장의 가르침

갯마을 차차차를 보며

얼마 전에 아내와 함께 드라마를 보다가 극 중 인물들의 대화가 심금을 울렸습니다.

TV N에서 방영 중인 "갯마을 차차차"라는 작품입니다.


작품 속에서 치과 의사인 윤혜진(신민아 분)이 마을 잔치에 와서 전화를 하러 들어간 마을회관의 마이크가 켜진 것을 모른 채 과거의 추억을 먹고사는 무명가수인 한 주민의 인생에 대해 친구에게 뒷담화한 내용을 마을 주민들이 모두 듣게 됩니다. 홍반장(김선호 분)이 윤혜진에게 화가 나서 조언합니다.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너의 눈에는 그 사람의 현재 모습이 한심해 보일 수 있지만, 누군가는 열심히 살아도 인생에 자갈밭만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열심히 달렸는데 그 끝이 절벽인 사람도 있어.

단순히 겸손이라는 단어로 표현되지 않는 깊은 곳을 건드리는 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마음속에 그런 마음을 가지고도 겸손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겸손한 척할 수 있기 때문이죠.


순간 저의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드라마 속  윤혜진의 모습에 저의 모습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직장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다 한 동료가 자신의 부장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부장님이 꼰대 짓을 넘어 자신이 최고 똑똑하다는 식으로 행동한다며,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가 소시오패스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야기에 곁들여 학교도 모 지방의 전문대학을 나왔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자리에 함께 있던 후배 직원이 저에게 자신도 그런 경우고 주변에도 집안 사정이나 여러 이유로 지방대를 가거나 전문대학을 간 사람들이 있어 그 부장에 대한 평가와 학벌을 연결 짓는 건 불편하다 했습니다.


처음 그 이야기를 한 동료의 마음속에는 그 정도 학벌이라면 그렇게 잘난 척하는 게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그런 이야기를 했었을 테고, 저도 같은 마음이 있었기에 불편을 느끼지 않았을 것입니다.


형태는 달랐지만 드라마 속 홍반장에게 질타받은 마음과 같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되돌아보면  제가 삶에 있어 뜻한 데로 풀리지 않을 때 분노했던 것도, 삶이 잘 풀릴 때 우쭐대며 다른 사람의 삶을 평가했던 것도 모두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그랬던 것이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세상 속에서 갈고 닦이며 많이 둥글둥글해졌 싶지만, 저의 마음 깊은 곳에 아직까지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제가 지금 이 정도 살고 있는 것이 내가 열심히 해서 그렇듯, 폐지를 줍는 노인, 가난한 사람, 배움이 짧은 사람들은 그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같은 마음이었음 깨달았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열심히 해도 얻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 분노하곤 했는데, 부모를 잘 만나서, 운이 좋아 제도를 잘 만나서 등등 탓도 다양했습니다. 이중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동안 알게 모르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왔겠지 생각하니 부끄러워집니다.


극 중 홍반장의 이야기가 실은 저를 향한 것이었구나 깨우치며, 세상만사 인생살이는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모든 사람들은 그들만의 사정이 있음을 이해해야지 결심합니다. 타인을 평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응원하고 지지하리라 결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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