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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family Sep 24. 2021

저는 자린이가 되렵니다

자전거 이야기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자전거를 타고 있습니다. 작년에 저는 수영을 하느라 자전거는 쳐다보지 않았는데, 금년까지 코로나가 이어지면서 실내 체육시설 운영을 하지 않다 보니 수영을 할 수 없었고 자연스레 자전거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전거라 하면 동네에서 시간 단위로 빌려 타는 따릉이부터 자전거 동호인들이 주로 타는 기함급 로드 자전거까지 종류가 매우 넓지요. 안타깝게도 회사 사람들과 함께 타려면 중급 이상은 타야 하더라고요.


어려서부터 자전거를 즐겨 탔고, 따릉이와 대여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자주 다녔던 터라, 올해 6월 말 저는 자신만만하게 국산 MTB 자전거를 구입하였습니다. 다른 분들 자전거에 비하면 입문용이지만 카본 바디 등 스펙이 제 맘에 쏙 들었습니다.


회사 근처에 강변을 따라 달리는 코스와 폐 철도 노선을 따라 달리는 코스가 있어서 자전거를 타기에 좋은 환경입니다. 저는 회사 직원들과 함께, 가끔은 혼자서 거의 매일 탔습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다 보니 거리 욕심, 속도 욕심, 장비 욕심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앞서 소개해드린 코스들은 왕복 30km 정도 거리입니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던 중 부장님과 동료 한 명과 함께 65km 정도 되는 새로운 코스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거의 다 돌아와서 보도와 자전거도 겸용도로로 주행하던 중 맞은편에 할아버지가 역주행해서 오시는 거예요. 제가 비켜 드려야지 싶어서 보도 쪽으로 넘어가려는데 순간 꽈당하며 바닥으로 날아갔습니다. 연석이 단차가 있었는데 자전거가 직각으로 연석을 넘지 않으면 낙차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깜빡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왜 이리 세게 넘어지냐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서둘러 자리를 뜨시고. 새로 산 자전거 옷과 헬멧도 다 망가지고. 팔과 다리에 찰과상을 입었습니다.


그만하기 다행이길 바랬지요. 그러나 다음날 아침 팔이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생겼구나 싶어 병원을 찾아가니 팔꿈치 골절이었습니다. 난생처음 골절이 되어 저의 자전거 인생은 두 달 반이 그냥 순삭 되어 버렸습니다.


병원에 그만 와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며칠 전부터 조심스레 자전거를 다시 타고 있습니다. 서울 집에는 제 자전거가 없어 딸의 자전거로 어제오늘 한강 라이딩을 했습니다.

오래간만에 타니 다리 힘도 빠지고 특히 부러졌던 팔이 약해져서 팔을 펴고 버티는 게 힘들지만 자전거를 다시 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쁨입니다.


전에는 자린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아직 잘 못 타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생각했으나 오산이었습니다. 다치고 나서 되돌아보니 자린이는 어린이가 공부나 세상일을 배워가듯, 실력을 과신하지 말고 차근차근 배워 나가야 한다는 뜻을 품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동네 자전거를 생각하고 자전거에 대해 만만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자전거는  생각보다 위험하고 배워야 할게 많은 운동이거든요.


속도, 거리, 장비 욕심 버리고 꾸준히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라는 생각으로 진정한 자린이가 되겠습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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