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고부관계도 있습니다만
남편과 아들 관점에서
by hongfamily Feb 19. 2022
제가 다니는 회사가 진주에 있어 부득이 주말 부부를 하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 주말은 그 어느 부부들에게 보다 소중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번 주말은 서울이 아닌 울산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외삼촌의 아들, 그러니까 외사촌의 결혼식이 있어서입니다.
오늘 아침 어머니는 며느리가 선물해 준 출장 메이크업을 받았고, 메이크업을 받고 예식장에 다녀와서까지 흡족해하셨습니다. 당신 자신을 위해서는 큰돈을 못 쓰실 것을 안 아내가 지난 설에 미리 알아보고 예약을 해두었던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고부간의 정이 얼마나 깊은지 아실 수 있겠지만, 저의 어머니와 아내는 관계가 돈독해서 다른 남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으니, 결혼식을 준비하고 신혼집을 마련하는 과정까지 양가 부모님끼리의 생각 그리고 부모님과 우리의 생각이 다른 이유로 힘들기도 했고 불만이 쌓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오히려 우리가 부족해서 부모님께 실망을 안겨드린 것이더라고요. 상견례 장소나 결혼식 장소를 정하면서 부모님의 뜻을 우선 여쭙지 못한 것도 죄송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예식장을 서울로 잡으니 울산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올라오시는 어머니는 제대로 된 메이크업을 못 받았습니다. 장모님은 아내가 우리 부부가 예약한 좋은 미용실에서 메이크업을 했으니 양가 어머니의 헤어와 메이크업의 차이가 어땠을까요. 그땐 어머니의 마음을 살피지 못하고 그렇게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아이를 낳고 도움이 필요하던 시기에 아내는 장모님의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장모님이 일을 하셔서 그랬고, 주말에는 장모님에게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아 우리가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습니다.
도움을 요청할 데라고는 어머니밖에 없는 상황에서 말씀을 드리지 못하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우리 사정을 눈치채시고 울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와서 집안일이며 산후조리를 도와주셨습니다. 아내는 그 이후 어머니를 더욱 신뢰하게 되었고 명절 때나 휴가 때 함께 할 때면 엄마처럼 편안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술자리를 가지며 기분이 고조될 즈음 어머니는 우리 부부 예식 당일에 신부 엄마와 자신의 모습이 차이가 많이 나서 서운했다는 이야기를 하셨고, 우리 부부는 미안한 마음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설에 오늘 사촌 결혼식 때 코로나도 있고 저만 와서 다녀오는 게 어떻겠느냐고 이야기하셨고, 아내는 서프라이즈 선물이 있다더니 울산의 출장 메이크업을 검색해서 예약했습니다. 우리 결혼식 때 제대로 된 메이크업을 못 한 아쉬움을 풀어드리고 싶었다고.
아내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습니다. 고부건 부부건 모든 관계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살피고 배려할 때 발전할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은 하루였습니다. 이런 고부 좀 괜찮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