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자작시 - 영혼의 옷차림

옷차림에 대하여

영혼의 옷차림

               hongfamily

아내가 외출할 채비를 하고 있다

나는 재활용 분리수거를 위해

집 앞에 나가기 위해 채비를 하고 있다

어디를 가든 옷을 챙겨 입어야 하는 것이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처럼 느껴지지만

창세기 아담과 하와는 벌거벗고 있었다지

어느 시인이 말하길 죽은 자의 옷에는

주머니가 필요 없다는데

죽고 나면 이승에서 쓰던 물건을

못 가져가기 때문이라 쳐도

영혼이 옷을 입긴 하는 걸까

불교에서의 윤회사상으로 치자면

아기도 어느 영혼이 재활용되는 것일 텐데

아기는 벌거벗고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지

영혼이 옷을 입고 있는지 벗고 있는지가

왜 중요하냐고 물을지 모른다만

그에 따라 살아있는 동안

옷차림에 대한 생각이 바뀔 듯해서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것이 인간의 삶이기에

하루하루 옷차림이 더욱 경건해질지 모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