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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family Apr 13. 2022

벚꽃엔딩이 아쉬운 이유

벚꽃이 피는 계절의 특별한 추억

코로나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태였지만, 코로나와 상관없이 계획을 세웠습니다. 벚꽃이 피는 봄에 태어나신 어머니의 칠십 번째 생신 이야기입니다.


지난 설에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올해 어머니의 칠순을 어떻게 보내시기를 바라는지 여쭈었습니다. 어머니는 특별히 바라는 게 없다고 하시면서 지나는 말씀으로 경주로 여행을 하면 어떻겠냐 하셨습니다. 콘도에 부모님과 삼 남매 내외 손자, 손녀들이 모여 작은 추억을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많은 인원이 시간을 맞추어 여행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고 더군다나 칠순이라는 특별함까지 있어 준비하면서 즐거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가장 큰 걱정은 가족들 중 누군가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경주는 벚꽃이 피는 기간이 성수기여서 숙소 예약부터 쉽지 않았으나 다행히 한화리조트를 예약하였습니다. 콘도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겠지만 좀 더 특별한 시간을 만들고 싶었던 저희 남매는 어머니의 칠순 상을 차려드리기로 계획했습니다.


현수막에 글귀와 사진을 넣어 주문하고, 파티용품, 상차림용 떡, 과일이나 케이크 등 장보기 목록도 준비했지요. 여행 중 식사를 할 식당도 미리 알아보고 예약했습니다.


시간이 다가오고 벚꽃은 아름답게 피기 시작했으나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이 어마어마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는데 아내가 귀가 아프고 목이 따가워 이비인후과에 가야겠다더군요. 아내에게 오미크론이 의심되니 신속항원 검사를 받으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아내는 코로나에 확진되고, 아이들은 감염되진 않았으나 잠복기 위험으로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직장 관계로 주말부부를 하고 있기에 저는 감염을 피할 수 있었고 혼자 어머니 칠순 여행을 갔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어머니가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았던 여행이었습니다.


벚꽃이 피는 좋은 계절에 태어나 행복하시다는 어머니는 자신이 전생에 새나 나비가 아니었겠냐 하십니다. 어머니의 그러한 긍정적 마인드가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우리 삼 남매를 지금의 모습으로 키워주신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칠순 파티를 하고 늦은 시간까지 즐거운 시간을 이어갔습니다.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추억들, 앞으로의 시간들에 대한 바람 등을 나누었습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사실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을 느꼈습니다. 제가 학교에 진학하고 결혼하고 삶의 단계 단계를 거칠 때 저는 제 입장에서만  생각했지만 부모님은 뒤에서 평생을 이런 식으로 준비해 주셨겠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어쩌다 한번 준비하면서도 부담을 느꼈구나 생각하니 부끄러웠습니다.


 앞으로는 부모님과의 관계에 있어 좀 더 부모님 입장에서 생각하고 효도까지는 못하더라도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아야지 생각도 했습니다.


1박 2일이라는 시간은 짧았습니다. 숙제처럼 지나 보내기 싫어서 순간순간을 꽉꽉 눌러가며 보냈습니다. 벚꽃길도 걷고 불국사도 가고 정글의 법칙 미디어파크도 방문했습니다. 맛있는 음식들도 먹었고요.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나 했는데, 저에게 시련이 닥쳤으니 아내에 이어 딸이 확진되어 주말에 집에 못 가게 된 것입니다. 가족 바라기라고 스스로 생각할 만큼 무슨 일이 있어도 주말에는 가족을 보러 갔었습니다.  코로나에 옮으면 안 되니 다음 주에 오라는 아내의 말이 서운하게 느껴지기까지 한 이유입니다.


주말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하다 작년 이후 개시하지 않은 자전거를 타기로 했습니다. 작년에 MTB에 입문했으나 불의의 사고로 시즌오프 되고 회복된 후 몇 번 라이딩을 하고 추워져서 시즌오프 했었습니다. 주말 동안 라이딩을 하였는데 꽃비를 맞으며 라이딩을 하니 얼마나 낭만적이 던지요.

아쉬움을 가득 담아 주말 내내 영상통화를 했습니다.  딸이 격리 해제되고 그동안의 답답함을 풀어주기 위해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벚꽃이 만발한 여의도 윤중로를 찾았다고 했습니다. 영상을 통해 여의도의 또 다른 벚꽃을 나누었습니다.


 2022년 벚꽃을 함께 하진 못했으나, 아내와 아이들도 아름다운 벚꽃길을 걸었으니 모두 벚꽃을 느껴봐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주말 벚꽃엔딩은 함께 하자고요. 2022년의 특별한 추억들을 함께 되돌아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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