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ongfamily
Apr 29. 2022
슬기로운 당근 생활
코로나 블루를 이겨낸 이야기
2020년 봄에 시작되었으니 이제 삼 년째가 됩니다.
코로나 이야기구나 생각하시겠지만, 공교롭게 시기가 겹친 본사 생활 이야기입니다. 2020년 초에 본사로 전보 발령을 받아 지금까지 같은 부서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으로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도 진주로 내려왔기에, 본사 발령은 곧 주말부부가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물론 많은 직원들이 진주에 터를 잡고 직주근접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저는 아내의 직장과 이미 중학생이 된 아이들 때문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제가 올 때 함께 온 입사동기와 먼저 본사에 있던 동기까지 이렇게 셋이 자주 시간을 보냈습니다. 수영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산책도 하고, 가끔은 술자리도 가졌습니다.
진주에서 생활하는 많은 분들은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막막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매일 술을 드시는 주당파부터 자격증이나 외국어를 공부하는 학구파, 골프나 운동을 하는 육체파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살아갈 길을 모색합니다.
저는 책 읽기와 블로그 활동, 브런치 작가가 된 후 글쓰기까지 남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지만, 제가 퇴근 후 무얼 하는지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블로그나 브런치를 하는 것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필명으로 활동하기에 알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러던 중 동기 중 하나가 마땅한 취미활동을 못 찾고 워커홀릭의 길에 접어들더니 건강 이상이 왔습니다. 호르몬 불균형으로 갱년기 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겪게 된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소통 단절도 큰 몫을 했을 겁니다. 그 친구가 어느 날 돌파구로 당근 마켓을 선택했다며 저에게 당근 마켓을 써보라고 권하더군요.
중고거래에 관심도 없는 편이었으나 그 친구의 열띤 당근 생활 강의를 열심히 들어주었습니다. 중고거래뿐 아니라 동네 소식을 나누거나 함께 취미나 시간을 보낼 이웃을 찾기도 하는 커뮤니티 기능도 하고 있더라고요. 물건을 사고팔면서 사람을 만나고 서로를 배려하는 과정이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에 최고라고 극찬했습니다. 그렇게 그 친구는 당근 생활을 통해 다시 활력을 찾았고 저는 당근 마켓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집을 정리하다가 아내가 당근 마켓에 햄스터 케이지와 아이들이 어릴 적 사용한 바이올린을 팔면서 자랑을 하였습니다. 안 쓰는 물건으로 돈을 번 것도 좋았지만 사람들이 참 알뜰하게 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당근 마켓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지난주에 집을 정리하다 PC 모니터가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게 눈에 띄어 저도 드디어 당근 마켓에 입문했습니다. 내어 놓자마자 팔리기까지. 괜히 뿌듯 하더라고요. 구매자분에게 물건을 전달하고 돈을 이체받으면서 왠지 모를 소속감마저 느껴졌습니다. 이래서 당근을 하면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수 있다고 친구가 추천했나 봅니다. 이후에는 시간이 남으면 괜히 당근 마켓 앱을 구경하는 열성 사용자가 되었습니다.
코로나의 끝이 될지 다시 변이가 나와서 창궐할지는 모르나 끝이 다가온다는 점은 사실인 듯합니다. 거리두기도 폐지되고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도 면제한다하니 지금까지 과정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코로나 블루도 사람들과의 만남이 재개되며 많이 해소되겠지만, 당근 마켓으로 코로나 블루도 이겨내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코로나 시대 슬기로운 당근 생활은 추천할만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