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하지만 당황스러운

정안사의 기억

by 김홍철



스캔 65.jpeg 상해 정안사에서 본 사람들의 표정


"찬란한 존재가 여기 있으니 세상 모든 이들은 나에게 와서 함께 빛나 주길 바라오."


복잡한 도시 가운데 온통 금빛을 띠며 떡하니 자리 잡은 이곳은 상해 최초의 불교사원인 정안사이다.

이 사원은 삼국시대 247년에 처음 지어져 불타고 재건되기를 여러 번 반복되었고, 한 때는 플라스틱 공장으로도 사용되기도 했던 깊은 역사가 있는 대형 사원이다. 정안사는 긴 세월동안 많은 걸 깨달아 세상 모든 아픔과 한을 다 알고 있는 듯 사람들에게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앞마당 중앙에 거대한 향로를 세워 놓았다. 그 이유로 그곳에서 많은 사람이 향로 안으로 동전을 집어 던져 향을 피워 소원을 빌곤 한다.

HO3_5236_1.jpg 정안사의 앞마당

돈은 실로 살아가면서 실물을 사고 파는 중요한 경제도구로, 주고 받는 서로의 가치를 측정한다. 내가 한 푼 주었으면, 상대방에게 그에 마땅한 가치를 받아야 한다. 인간의 마음은 우주의 마음과도 같다. 질량보존의 법칙. 하나가 빠지면 하나가 채워진다. 그 마음으로 우주를 닮아 우리는 항상 0을 만들려고 한다. 그래야 평온해지니까. 그런데 이 공평함은 눈에 보이는 실물이 아닌 마음이나 소원을 얻는 행위에서도 보여진다. 거기에도 물론 돈은 등장한다. 전쟁에 나간 병사가 다시 로마로 돌아올 수 있게 소원을 이루게 해준다는 이야기를 가진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며 사랑을 빌기도 하고, 일명 노잣돈이라 하여 죽은 자에게 저 세상으로 가는 길 편히 가라고 돈을 쥐어주며 의식을 가지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돈을 들여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고 한다. 그 마음이 더욱 절실하면 주어야 할 돈은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 마음을 담아 던졌던 내 돈을 누군가 가로채려고 했다. 바로 이 정안사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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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를 향해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사람

나는 향을 피우기보다 간단하고 수월한 소원 빌기를 선택해 동전을 던졌지만, 그 동전은 안으로 안전하게 안착하지 못하고 매번 다시 튕겨 나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 찰나 어떤 여자 꼬마애가 그 떨어진 동전을 집어 자기 주머니에 쏙 넣어버리고는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애매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아 들켰네. 이 돈 내가 가져가고 싶으니 제발 혼내거나 달라고 하지 말아요. 당신 어른이니까 양보해주세요.'

라는 표정이었다.

이런 경우를 당해본 적이 없어 달라고 해야 할지 그냥 보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아,

'그래도 꼬마야. 그 돈은 튕겨 나왔다고 해도 내 돈 아니니? 돌려줄래? 아니야. 꼬마한테 단 돈 한 푼 돌려받자고 애랑 싸우지 말자.'

라는 표정으로 나 역시 애매하지만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꼬마를 바라봤다.

우린 서로 그렇게 같은 표정을 지은 채로 널따란 사원 앞마당에 서 있었다.



#아깝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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