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이 피었다.

아이가 보는 다른 시선

by 김홍철


아이가 말했다. 피었다고. 그래서 무엇이 피었냐고 아이에게 물었더니. 잎이 피었단다.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하지 못해 아이가 가리키는 잎을 보았더니 한 잎만 색이 변해있었다. 잎은 노랗게 변해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아이는 그것을 보고 '피었다'라고 했던 것이다.


'피다'의 대상은 꽃이거나 불꽃이거나 연기 혹은 향기 그리고 얼굴이 되기도 한다. 오므렸다가 벌어진 형상이나 넓게 퍼지거나 보다 나아지는 의미로 '피다'는 말을 주로 쓴다. 그래서 아이는 단지 초록잎들 사이에 단 하나의 색이 밝게 바뀌어 꽃처럼 보인 것을 '피었다'라고 말을 했을 뿐이다. 전혀 다른 시선에서 나온 말이었다. 멀리서 보기에도 정말 잎이 꽃 같았다.

잎과 꽃의 운명은 무엇이 다를까? 잎이든 꽃이든 색을 진하게 띠고 나면 곧 둘 다 떨어져 사그라질텐데, 무엇이 더 나은 운명인가 싶었다. 잎은 잎대로 만족하며 살다가 떨어지고, 꽃은 그 운명대로 피었다가 떨어진다. 맡은 바 그들만의 소임을 다한 것이니 누가 더 낫다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하지만 그 잎은 꽃처럼 화려하게 피고 싶었나 보다. 평생 남들과 다르지 않게 밋밋하게 어울려 살아갔건만, 자신도 한 번쯤은 정말 꽃이 되고 싶었나 보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꽃처럼 피었구나'라는 말을 듣게된다면, 그 잎은 얼마나 가슴 벅차오를까?

시인 김춘수의 시가 떠오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그 잎은 아이의 한마디로 그렇게 꽃이 되었다.




#삭막한세상에서말을예쁘게한다는건

#누구에게나한아름꽃을안는기분일걸

#당신도누군가를꽃으로만들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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