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벚꽃이 떨어질 때쯤
계절이 바뀔 때가 가장 아름답다
한 친구가 말하길 "왜 여행지에 있는 그림들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웃지 않고 있느냐?"라고 물었다.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의 표정이 행복하지 않아 보이는 이유가 그들이 정말 행복하지 않아서인지, 마음이 말라버려 나도 모르게 표정이 없는 사람을 그려댔는지 모를 일이다. 겨울이 길었다. 마음도 착 가라앉아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니 표정도 그랬겠지.
요 며칠간 밤낮마저 뒤바뀌어 있었다. 칠흑 같은 밤에 홀로 밝게 켜져 있던 형광등 불빛을 아침 해가 희석시키고 있던 어느 날 아침, 나는 블라인드를 올려 창을 열고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러자 따뜻한 봄바람이 향긋한 봄 냄새를 끌어안고 방으로 스며들어와 굳어있던 머리를 마구 흔들어댔다. 얕은 탄내를 품은 겨울 새벽 냄새는 사라지고, 향긋한 냄새가 코를 문질러댔다. 이내 곧 나는 봄이 왔다는 걸 알아챘다. 봄 냄새는 여전했다.
재작년 봄에 피었던 교토의 벚꽃들이 얼마나 흐드러졌었기에 아직 그 장면이 머리에 생생하게 남아있을까? 다른 나라 멀리서 일본이라는 나라에 벚꽃을 구경하러 왔던 어떤 가족을 기억한다. 화려한 꽃무늬 치마를 입고 아버지와 함께 다리 난간 위에 걸터앉아 캔맥주를 마시던 여인은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그녀의 아버지도 향긋한 봄내음이 좋은지 이따금씩 크게 숨을 들이마시곤 했다. 그 장면은 언제나 봄만 오면 꽃향과 함께 내 몸으로 스며든다.
올해 겨울에 유난히 조용히 지냈다. 책 작업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따뜻한 봄이 오는지도 몰랐다. 작업을 드디어 마무리하고, 밖을 나가보니 벚꽃이 겨울눈으로 위장하고 하얀 눈처럼 내리고 있더라. 오랫동안 썼던 책이 곧 나올 모양이다. 이젠 여행지의 그녀처럼 맥주 한 캔을 들고 아주 여유 있게 봄을 좀 즐겨야겠다. 수고했다. 이제 내 그림에도 사람들은 미소를 짓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