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내가 여행하는 법
뒷골목에서 만난 자전거를 타는 외국인리어카는 손님을 태우고 정신없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고, 길을 건너는 사람들은 부딪힐 듯 말 듯 차를 피해 엉덩이를 넣었다 뺐다 곡예를 부렸다. 대로변에 즐비한 유명 음식점은 소문만 듣고 온 사람들로 대기줄이 잔뜩 늘어져 나는 그앞을 지나가기가 힘들었다. 복잡한 길을 피해 지나다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봤다. 텅 비었을 것만 같았던 하늘은 기대와는 다르게 여기저기 다 헤져 벌어진 니트실처럼 수많은 검은 전깃줄이 얽혀있어 이내 고개를 떨어뜨렸다. 어지러웠다. 내 시선은 안정될만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순간 다른 길이 보여 몸은 그곳으로 의지 없이, 스스럼없이 파고 들어갔다. 들어갈수록 좁아졌던 길 끝을 지나자 넓고 환한 공간이 나타났다. 넓은 공터에 멋들어진 소나무가 있던 주택가였다. 의아했다. 시끄럽던 소리마저 모두 사라졌다. 그러자 어느 한 골목 귀퉁이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오는 파란 눈에 얼굴을 수염으로 덮은 남자가 내 옆을 지나갔다. 하루키의 소설 1Q84의 장면처럼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 버린 아오마메의 심정과 같았을까. 나는 호기심 많은 새끼 고양이처럼 사람들을 피해 골목으로 들어갔더니 다른 세상을 보았다.
내가 여행에서 원하는 건 놀라운 광경이 아니라 예측하지 못하는 장면이다. 길 모퉁이를 돌아섰을 때 나타나는 장면이 궁금해 그곳으로 들어서면, 잘 빠져나오질 못한다. 나는 길치의 운명을 타고났기에 한 번 지나쳤던 길을 또다시 지나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면서 또 같은 곳으로 들어간다. 길을 머리에 반복해서 담다보면, 익숙하지 않은 곳이 익숙한 공간으로 되어있다.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건 반복이다. 지루한 일상처럼 말이다. 일상은 누군가에게는 이상이 될 수 있지만, 다시 이상이 일상으로 바뀔 때 내 여행은 완성된다. 여행은 계속 문질러야 향이 난다. 그저 쳐다보는 건 기억에 오래 남지 못한다. 보고 또 보고 지나치고 부딪히고 피부로 느껴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
우리는 익숙한 곳에서 익숙하지 않은 걸 찾아 흥미를 얻으려 하고,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것을 찾아 안정감을 얻으려 한다. 난 전자의 매력에 항상 더 끌리고 만다. 믿는 구석이 있는걸까. 익숙한 곳에서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건 돌아 올 곳이 어딘지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