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실수로 번진 건축의 위기, 네셔널 네덜란덴 빌딩
"미국의 저속한 영화를 체코 프라하에 끌고 오다니 도저히 참을 수 없네요!", "이건 술취한 건물(The Drunken House)입니다."
프라하에서 한 건물이 지어지고 나자 여기저기서 비판이 엄청나게 쏟아져나왔다. 이유는 체코 건축가 블라도 밀루닉의 발언때문이었다. "프랭크 게리가 내셔널 네덜란덴 건물을 미국 영화 '스윙타임, 1936'에 나오는 프레드와 진저를 묘사한 거라고 얘길하더군요. 하하하." 블라도 밀루닉이 건축가 프랭크 게리와 함께 설계 도중에 잠시 농담으로 오갔던 말을 기자회견에서 재미삼아 이야기한 것이 화근이었다.
내셔널 네덜란덴 빌딩은 체코 역사를 보았을 때 아주 예민한 위치에 있었다. 프라하 도심 중앙에 위치한데다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파괴되어 오랫동안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는데, 이는 꼭 패전을 말하는 듯 언제나 체코인들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었던 장소였다. 파괴된 자리를 방치만 해왔던 체코가 사회주의 국가체제에서 민주주의 국가체제로 전환을 하면서 그곳에 내셔널 네덜란덴이라는 보험회사의 새로운 건물을 짓기로 했다. 하지만, 국가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중요한 시기에임에도 미군이 파괴한 자리에 미국영화를 들먹이며 괴상하게 생긴 건물을 지었다고 하니 체코인들은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의 분노가 점점 거세지자 결국 체코 대통령까지 나서서 수습해야만 했다. 대통령은 건축가인 게리에게 찾아가 설명하라고 요청한다. 게리는 이 건축물을 두고 사람들이 영화에서 가져왔다고 소문이 난 모양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게리는 왜 건물이 왜 이렇게 만들어야만 했는지 다시 설명하는데 "체코는 사회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전환되는 지금, 음과 양,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처럼 상반된 개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건물을 두 개의 형태로 나누었죠. 거기서 왜 건물을 허리가 잘록하게 만들었냐면, 건물은 프라하를 중심으로 가로지르는 블타바 강 옆에 지어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옆 건물 발코니에서 강 건너에 있는 프라하 성을 내셔널 네덜란덴 빌딩이 가려서 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건물을 구부려 전망에 방해가 되지 않게 했습니다. 조망권을 침해하면 안되니까요. 그 모양이 마치 춤을 추는 듯해 보여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나봅니다. 영화에서 건축물의 형태를 가져왔다는 것은 농담삼아 우리끼리 지나가는 말로 얘기한 것을 블라도 밀루닉 건축가가 주목을 받고 싶어 기자회견에서 재미삼아 던진 말이었습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체코의 정통성에 위배가 될 일을 할 리가 있겠습니까?"라고 대통령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렇게 건축에 대한 오해는 풀렸다. 하지만 건물의 모양은 영락없이 춤추는 모습이라 지금까지 여전히 댄싱하우스(Dancing House)라고 불리며 체코 프라하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전 세계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게 이슈가 컸던 이유로 프랭크 게리는 더욱 유명해졌고, 동시에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하여 프랭크 게리는 일약 스타 건축가로 급부상했다.
*중부매일에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