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알 수 있는 건축, 스미요시 주택
1976년, 일본 오사카 노동자들이 잔뜩 몰려있는 지역인 스미요시 어느 좁은 골목길에 창문 하나없이 입구 하나만 열려있는 콘크리트 건축물 하나가 빽빽한 목조주택 사이에 들어섰다. 전면에서 봤을 때, 가로는 겨우 3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작은 2층 건물이었다. 여기서 과연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마저 드는 곳처럼 생길 정도로 창고인지 주택인지 모를 형태의 밋밋한 건축이 주택가에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이 건축물이 앞으로 일본 건축 뿐만 아니라 세계 건축을 이끌어갈 대형 건축가가 될 사람의 건축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건축물의 이름은 스미요시 주택. 스미요시 주택은 스미요시 지역에 지어진 주택이라 흔히 그렇게 부르는데, 아즈마라는 사람의 집이기 때문에 아즈마 하우스(Azuma House)라고도 불린다. 스미요시 주택은 지어지자마자 일본건축협회상을 수상하며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었고, 현재에도 세계 건축을 이끌고 나가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공식적인 데뷔작이다.
스미요시 주택은 건물 외부에 창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눈코입이 없는 허여멀건한 귀신같이 보이는 데다가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홀로 고립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맑은 날엔 햇볕을 받는 날이면 외려 따뜻해 보이기도 하다. 건물의 안으로 들어서면 밖에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사람이 살기 위해 오목조목 있을 건 다 있는 곳이다. 하늘이 뻥 뚫린 천장이 있는 작은 중정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는 안도가 어린 시절 외할머니 집 증축 공사일을 도왔는데, 그 때 집 일부를 철거하면서 뚫린 지붕 아래의 그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이후 이런 건축언어가 안도의 건축에서 종종 나타나는데, 어린 시절의 강렬했던 경험이 자신의 건축세계에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안도는 좁고 기다란 공간에 주거에 필요한 요소를 빠짐없이 넣으려고 했다. 먼저 공간을 크게 3등분으로 나누어 건축물의 양쪽에 주거공간을 만들고 가운데 공간에 하늘을 열어 햇빛과 공기를 들일 수 있는 안뜰을 만들었다. 거기다가 공간을 1층과 2층으로 나누어 거주자가 수평, 수직적으로 풍부한 공간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 안도는 건물의 1층 공간에 거실과 주방 그리고 욕실(화장실)을 두었고, 2층 공간은 침실을 두어 생활 기능에 따라 수직적으로 공간을 분리했다. 스미요시 주택은 옆집과 거의 맞닿아 있어 측면창을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안도는 건축물 안에서 크고 작은 창을 만들어 공간에서 빛을 충분히 받아들였고, 최소한의 공기 순환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안도는 스미요시 주택을 과거 전통주택의 특징이었던 이웃과 소통이 가능한 열려있는 목조 건축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단단하게 지킬 수 있는 공간으로 현대사회의 그것을 그대로 반영하는 건축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외형을 봐도 주변과 극명하게 대조적인 건축으로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 당시 이런 건축은 동양권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다. 서양권에서도 많은 건축가들이 르 코르뷔지에의 가르침으로 많은 노출콘크리트 건축을 시도했으나, 기념비적 건축이거나 과시하는 건축에서 주로 볼 수있는 형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안도는 노출콘크리트 건축을 대중 안으로 들였다. 나는 스미요시 주택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안도가 안도 자신을 스미요시 주택에 그대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스미요시 주택은 작지만 묵직하고 간결한듯하나 꽤나 고집스러운 느낌은 안도와 너무나도 닮아 보인다. 별반 다를 것 없는 동네에서 벗어나고 싶지는 않지만, 난 다르다고 얘기하고 싶은 사춘기와도 같은 마음으로 젊은 날 스미요시 주택을 지은 것처럼 보여 괜시리 찡하다. 멋지지 않나.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는 건축가의 마음을 건축에서 엿볼 수 있다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