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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철 Sep 01. 2021

죽은 자의 건축, 산 카탈도 국립묘지

알도로시의 미완성 건축



산 카탈도 국립묘지 / wikimedia


시인이 될 뻔한 건축가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건축가 알도 로시는 국립국립묘지 현상설계를 진행하고 있던 어느 날, 혼자 길을 걷고 있었다. 항상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습관을 가지고 있던 로시는 주변을 잘 살펴보지 못해 길을 건너다가 달려오던  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크게 교통사고를 당했다. 

건축의 탄생에서



크로아티아의 작은 병원에서 깨어난 로시는 자신의 망가진 몸보다 묘지를 설계해야한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설계에 집중한다. 그는 다 부서져 움직일 수조차 없는 자신의 몸을 보고 비로소 죽음에 대해 깨닫게 된다. 뼈가 부서진 것은 죽음과도 같지만, 뼈가 재정립되는 과정은 건축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죽음 너머에는 그들만의 세상이 또 있을거라 생각하며 산 자가 아닌 죽은 자가 살아가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로시는 빈곤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구빈원 시설을 머릿속에서 떠올리며 설계를 해나갔다.


 묘지는 전체 둘레를 'ㅁ'자 형태로 만들고, 지붕을 푸른 색으로 칠해 시간과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색을 띠게 했다. 안으로는 벽, 사당, 일반묘소 그리고 납골당으로 구성했다. 묘지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바로 보이는 것은 거대한 붉은색 벽돌로 된 정육면체 구조물이다. 묘지에 처음 진입하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죽은 자의 집이라는 것을 알리는 표식이자 거대한 상징이다. 이는 창문틀도 지붕도 없다. 벽엔 수많은 개구부가 일정한 방식으로 열려있으며 하늘 역시 크게 열려있다. 이는 죽은 자들이 이 곳에 모두 모여 빛을 따라 하늘로 올라가는 걸 염원하듯 만들어낸 납골당이다. 


이 구조물을 지나면 다시 거대한 벽이 길게 나열된 '열주의 숲'을 만난다. 이는 인간의 척추형태를 본따 만든 것으로 약 100미터 길이의 납골당으로 삶의 허망함을 담고 있다. 또 이곳을 지나고나면, 원추형태의 일반묘소가 나타난다. 이렇게 로시는 산 카탈도 국립묘지를 머리와 몸통으로 구성된 인간의 골격으로 죽은 자를 상징했다. 로시는 이렇게 죽은 자의 공간도 산 자의 도시처럼 꾸며내 이곳 또한 죽어서도 다시 삶이 이어지는 죽음 너머의 도시를 만들어낸 것이다. 

건축의 탄생에서


그렇게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로시는 묘지 설계를 완성해 제출했고, 현상설계에서 이 작품이 당선되었다. 물론 작품은 크게 이슈가 되어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산 카탈도 국립묘지설계안이 극도로 우울해 보인다는 건축 비평가들의 격렬한 공격으로 건설은 중단되었다. 하지만, 로시는 자신의 작업이 전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설계변경조차 하지않아 현재 50%만 완성된 상태로 남아서 현재에도 운영되고 있다. 


나는 산 카탈도 국립묘지를 우울한 건축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감정을 숨기고 아무렇지도 않은듯 자신을 위장하는 것보다 기쁨은 기쁨 그대로를 표현하고, 슬픔은 슬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솔직한 감정이 진심을 가치있게 만든다. 죽음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묘지는 애도하고 기원하는 공간이다. 이곳은 자신의 슬픔을 마음껏 배출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어야만 한다. 그렇게 해야만 산 자의 삶이 더욱 가치가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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