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지 Dec 09. 2016

좋은 사람은 어디 있을까?

소개팅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기 힘든 이유

그래서 도대체 좋은 사람은 어딨는 거야?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내게 항변하듯 물었다. 왜냐하면 그 전 대화에서 그녀는 이제는 좋은 사람 만나 정말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좋은 사람은 많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고. 나는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좋은 사람들 많아'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 좋은 사람들은 대체 어딜가야 만날 수 있는 거냐고 묻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분명 좋은 사람들은 아직 많아. 네 말대로 이미 누군가의 연인이 되었거나 결혼한 사람들일 확률도 없지 않아 있지만 모든 좋은 사람들이 항상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건 아니니까. 내 주변만 해도 싱글이지만 좋은 사람들이 아직 많이 있거든. 이런 희망적인 내 말에 그녀는 그럼 친구를 소개해 달라고 대번 말해온다. 사실 이건 내가 그녀에게서 기다려왔던 답이다. 물론 좀 더 일찍 이 말을 했더라면 좋았을 걸. 더 이상 친구들을 소개해주지 않기로 마음먹은 지 좀 됐기 때문이다. 미안해. 난 소개해 주지 못해. 너는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란 걸 소개팅 자리에선 알 수 없을 거거든. 오히려 얘는 왜 이런 이상한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소개해 준거야? 라며 화를 내다 우리 사이까지 틀어질 수 있어.


왜? 친구는 조금 억울하단 표정으로 물었다. 좋은 사람들은 한 번 만나선 절대 자신이 좋은 사람이란 걸 드러내지 않거든. 물론 그런 좋은 사람을 운 좋게 알아볼 수도 있겠지만. 누구냐가 중요하지 않고 연애나 결혼 자체가 목적이어야 하는 타이밍엔 더 힘들지. 적은 정보로도 효율적인 판단을 해야 한단 압박이 있지 않아? 혹여 한 번에 저 사람 매력 있어 정말 좋은 사람인 것 같단 생각이 든다면 그건 좀 사기라고 생각해 나는. 예산이 많이 걸린 피티의 프리젠터처럼 자신을 매끄럽게 어필해야 하는 소개팅 자리에선 특히. 그래서 여러 상황에서의 다양한 면을 봐 오면서 긴 시간으로 만들어진 그 사람의 캐릭터를 알고 있는 나로선 이 친구가 분명 괜찮을 수 있지만 그렇게 찰나의 순간만으로 판단되는 소개팅 자리에선 별로인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는 거야.


맞아 맞아 그런 것 같아. 조용히 듣고 있던 친구는 맞장구를 쳐 주었다. 소개팅으로 만났던 사람들 중에 처음에 괜찮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아닌 경우 많았거든. 그래 정말. 좋은 사람들은 짧은 시간에 알기 힘들어. 왜 뉴스만 보고 있으면 세상엔 온갖 파렴치한과 흉한 일들만 있는 것 같잖아. 회사에 가도 이상하거나 나쁜 인간들만 더 눈에 잘 보이고. 근데 다시 생각해 보면 뉴스란 건 사건 사고만 다루고 또 사람들도 자극적인 화제에 더 관심 있으니까 그런 것만 부각될 뿐이지. 주변을 둘러보면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좋은 사람들이 많거든. 그런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내 화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지. 그냥 조용히 살아가니까. 그러니 비단 소개팅 자리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 좋은 사람들이 곁에 많이 있어도 그들을 알아보기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단 말이지.


맞아 맞아 이번엔 내가 맞장구쳤다. 주변의 좋은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는 거. 그게 참 중요한 거 같아. 왜 사람들이 나이 먹으면 더 사람 만나기 힘들다는지 이제 좀 알 것 같아. 근데 좋은 사람들은 여전히 많잖아. 내가 그걸 알아차릴 여유가 부족하단 편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어. 그런 여유를 되찾자 우리. 넌 좋은 사람이잖아.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알아보게 돼 있다니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그래 그러자고. 말하느라 어느새 식어버린 커피잔을 들고 우린 짠 건배를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