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ørvágsvatn, Vágar Island
살면서 무언가 이토록 애타게 기다려 본 적이 있었나. 엘리베이터를 타면 꼭 닫힘 버튼을 눌러야 직성이 풀리고 카톡 알림음이 울리면 바로 확인하고 싶고 쇼핑할 땐 빠른 배송 해달라는 말을 빼놓지 않고 남기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뿐.
분명 좀 전까지 바로 앞에 있었는데 지금은 저 너머에 있다. 불과 몇 백 미터 차이로 먹구름이 가득한 이편과 태양이 반짝이는 저편으로 이곳의 세계는 나뉘었다. 그 사이 어디쯤 우리가 서 있었다. 오로지 해를 보기 위한 기다림. 세 시간 만에 트레킹 목표점에 다다른 우리의 유일한 할 일이었다.
누가 처음 이런 섬에 살기 시작했을까? 아주 오래전 이곳을 발견한 바이킹들을 떠올려 본다. 그 까마득한 옛날 옛적 해적들의 보물섬이었을지도 모르는 그 땅 위에, 이후로도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사라짐이 반복됐을 그 미지의 땅 위에 서 있다. 앞으로는 커다란 호수가 뒤로는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말굽 모양의 절벽 안으로 부딪쳐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 탈출 장면이 떠오른다.
「페로제도 탐험기」 내용의 일부를 연재 중입니다. 페로제도의 탐험 이야기가 더 궁금하신 분들은 책방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책에는 페로제도 여행에 대한 소소한 팁과 인터뷰도 함께 수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