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지 Feb 24. 2016

자신의 이야기가 없는 사람들

새벽에 쓰는 일기

언젠가부터 왜 그 사람을 만나면 재미가 없을까? 생각했어. 어느 날 문득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 그 사람은 만나면 늘 남들의 이야기를 내게 해줬어. 누가 주식을 해서 벼락부자가 된 이야기. 뉴스에 나온 어떤 사람들의 불행한 사건 사고. 자기 친구의 연애 이야기. 또 자신이 들은 어떤 다른 누군가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 그 사람을 만나면, 만나는 동안은 끊임없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있는 기분이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그 사람에 관해 아는 것은 단 하나도. 그가 하는 생각이나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는 거야. 그러니까. 나는 그와 마주 앉아서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남들의 이야기만 하고 헤어지는 거지. 처음 몇 번은 그런 만남이 재미있었지만, 나는 곧 지겨워졌어. 그리고 항상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듯한 그의 이야깃거리가 곧 싫증 나더라고.




그런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처럼 해 버리는 사람들. 자신의 생각이 아닌 남의 생각을 쉴 새 없이 옮기는 사람들. 자신의 삶이 아닌 타인의 삶을 더 면밀히 들여다보기 좋아하는 사람들. 문득 예전에 본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에서 서정민의 대사가 떠오른다.


자 어서 네 생각을 말해봐, 바로 네 생각을 자 어서!
매거진의 이전글 생존을 위한 글엔 신념이 없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