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가 한 말이다.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음악에 이십 대 초반을 올인했던 그녀가 자신이 생각했던 목표만큼 그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해 그 모든 일을 접고, 다시는 음악을 하지 않겠다고 얘기했을 때. 난 정말 뭐라 해줄 말이 없었다. 그녀의 배고픔을 내가 매끼 챙겨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 또한 하고 싶은 걸 하는 삶이 좋아 라고 우기기엔 자신이 영 없었던, 우린 그런 이십 대 초반이었으니까.
친구는 그 뒤로 이런저런 일들을 했고 항상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마음속엔 언제나 다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열정이 부글부글 차 올랐고. 그때마다 나는 다시 해봐 라고 툭툭 건넸지만 친구는 그때마다 안 한다고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곤 했었다.
그랬던 친구가 스물여덟이 가고 스물아홉이 오고 있는 이 겨울에 다시 음악을 하겠노라 고백한다. 그때처럼 완벽한 성공이란 목표가 있는 음악이 아닌, 그냥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음악을 하겠단다. 마음 맞는 멤버를 구하는 일은 하늘에 별따기만큼 힘든 일이란 걸, 그녀만큼 나도 잘 알고 있다. 혼자라도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르며 연주하겠다고 한다. 그 말을 하고 있는 순간의 친구는 최근 몇 년 간 내가 봐 온 모습 중 가장 예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 그냥 하면 되는 거야. 대단한 목표나 목적 따위 없이 그냥 하루하루 하면 되는 거야. 이걸 깨닫는 데까지 이렇게 많은 시간들이 지나갔어. 믿을 수 없어. 우리 둘은 맞장구치며 혀를 내둘렀다. 나도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거였다. 그냥 하고 싶은 건 하면 되는데. 언제나 그런 건 멋지게 하거나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시작조차 무겁고 힘들지 않은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온다. 그냥 하고 싶은 건 조금씩 그냥 하면 되는 건데. 그걸 깨닫기 위해 우린 정말 그 수많은 청춘의 시간들을 거쳐온 건가 싶다.
중요한 건, 그것을 완전히 손에서 놓아버리거나 포기하지 않는 것. 야금야금 조금조금 그렇게 계속해서 해나가는 거야.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세계가 만들어져 있겠지. 내가 천천히 쌓아 올린 폭과 깊이만큼, 그럼 난 그 세계에서 조용한 기쁨과 행복을 찾을 수 있겠지.
하고 싶은 건 그냥 하면 된다.
서른을 앞에 두고 우린 이런 말을 주고받았었네. 기억나? 미안해. 스물아홉에 네가 다시 음악을 시작하겠다고 말한 거. 난 그새 까맣게 잊고 있었네. 설마 너도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그래도 그때 네 얼굴이 가장 예뻐 보였다고 쓴 말은 진심이었을 거야. 넌 다시 뉴질랜드로 날아가 그곳에서 네 삶의 터전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지. 사실 차곡차곡이라고 하기엔 옆에서 불안해 보일 때도 많았지만. 그랬던 네가 서른을 훌쩍 넘겨 다시 대학에 들어가 다음 주면 졸업학기를 맞이한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네 목소리를 들을 때면 나는 늘 잔소리쟁이가 되지만, 그런 내 잔소리를 듣는 맛에 나랑 얘기한다는 네 말이 나는 참 고마워. 내 잔소리에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해주는 친구가 너 말고 또 누가 있을까. 쉽게 떠오르지 않아. 넌정말 내가 사랑하는 친구야. 중요한 시기를 또 한 번 앞두고 있는 너에게 나는 그때와 같은 말을 여기에 할게. 하고 싶은 건, 그냥 하면 돼. 그러면 네가 그러겠지? 나는 원래 하고 싶은 건 그냥 하는 애였다고. 그럼 난 또 잔소리를 하겠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만 하지 말고 앞으로 계속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