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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 Mar 29. 2016

우리는 구름을 달린다

칼소이 섬(kalsoy island) _ 페로제도 여행기

클라스빅에서 출발한 배는 우리를 칼소이 섬에 내려 주었다. 그 자리에서 열 발자국도 떼지 않고 다시 버스에 올라 트롤레네스로 달렸다. 고백컨대 여기와서 단 한 번도 버스에서 맘 편히 쉰 적이 없다. 차창 너머의 풍경을 눈으로 카메라로 찍느라 늘 휴식은 뒷전이었다. 이번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의자 깊숙이 몸을 뉘이려는데 그만. 이제까지 본 것과는 또 다른 장관이 눈 앞에 펼쳐지는 거 아닌가. 순간 순간 마치 금가루라도 떨어지는 듯 한 순간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구름 속을 달리고 있었다. 이 버스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여행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모든 승객들은 차창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버스 차창 너머 풍경들


우리는 지금 구름 속을 달려 트롤레네스로 간다



구름 사이로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초단위로 반복하는 빛 덕분에 수시로 옷을 갈아 입는 산과 하늘


트롤레네스에 도착했다. 정말 작은 마을이다. 주민이 열 명도 안 된단다. 마을 바로 앞으로 바다, 흘러가는 구름. 그 구름 사이사이로 페로의 산맥들이 겹겹이 보이다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다. 자, 오늘은 트래킹을 하지 않기로 했으니 나는 여기서 이 구름과 바람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감상할테야. 다시 한 번 융에게 선언했다. 밖으로 나가는 버스가 오기까지는 두 시간 정도 남아 있다. 융도 알겠다고 했다. 근데 우리 여기에 두시간 동안 서 있다간 그대로 동태가 되어버리겠어. 서로 말을 못 알아 들을 정도로 심한 강풍이 조금 전부터 우릴 후려치고 있었다. 과연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다


페로의 구름을 달리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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