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단의 탐험기
우리는 정말 그곳에 있었을까
지금도 사진을 보며 생각한다
비행기로 이틀은 꼬박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곳
체력장 하듯 매일 새벽 첫 비행기를 타고
기내식을 호텔 조식처럼 먹어야 하는 숨 가쁜 이동
최소한의 짐을 챙겨 날아간 지구 반대편에서
사람의 흔적이라곤 도저히 찾을 수 없는 트래킹을 하고
한 도시의 수명을 훌쩍 뛰어넘는 나무들을 만나고
가늠할 수 없는 크기의 거대한 빙하 위를 걸어 다닐 때
우리는 종종
안내 표지판도 길 이름도 없는 미지의 땅 위에 서 있었다
그곳엔 세상의 끝만이 보여줄 수 있는 풍경이 있었으니까.
일 년에 한 번뿐인 황금 같은 여름휴가
쉽게 갈 수 있는 곳을 마다하고 굳이
왜 이렇게 멀고도 힘든 여정을 택했을까
우리는 왜 꼭 여기여야만 했을까.
평범한 두 사람이 여름휴가 때마다
한 해도 쉬지 않고 지구 반대편으로 떠나야 했던 사연은 뭘까?
그 이야기를 이제 해 보려고 한다.
2015년에 다녀온 페로 제도
2016년에 다녀온 아조레스 제도
2017년에 다녀온 파타고니아
차례로 융단의 소소한 탐험기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