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공부 : 변명들
2월에 새로운 회사에 입사해서 업무를 시작했는데 사회 복지 체육 사업은 대부분 4월부터 새로운 사업이 시작되어서 2월, 3월은 사업 계획서를 제출해서 검토받는 기간이었다.
신규 입사자인 나는 기존의 팀원이 이미 1월부터 쓰고 있던 사업 계획서를 받아서 거의 최종 마무리 단계만 하면 되는 시기였고 저녁 6시면 그리 피곤하지 않은 상태로 칼같이 퇴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집에 귀가해서 3시간 정도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담당하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업무에 능숙해지면서 담당 업무 외 다른 담당 업무들이 추가로 생기기 시작했는데, 칼같이 6시 퇴근은 내 의지대로 하면 되지만 몸의 피로도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늘어나는 업무량에 비례하기 시작했다.
초여름까지도 하루 3시간 공부하기 루틴은 꼭 지켰는데 5월부터는 졸음을 이기지 못해 공부하면서 눈이 뒤집어 까지기 시작했다.
분명히 방금 전에 강의를 들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책상에서 자고 있고, 잠시 멍을 때렸다고 생각했는데 꿈을 꾸는 진기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7월 한여름이 되고서는 더위의 기세에 눌려 퇴근 후 공부할 체력과 집중력이 남아 있질 않았다.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 동안, 매일 3시간씩 공부하고 음악 어플 구독까지 끊으며 공인중개사 인강 mp3만 다운 받아 들으며 복습하고 공부했는데 결국 8월에 이제 도저히 못하겠다며 포기 선언을 하고야 말았다.
열심히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고 별생각 없이 가볍게 하다가 슬그머니 말아본 일들은 몇 번 있었는데 열심히 하다가 중도에 안 하겠다! 공식적으로 포기 선언을 한 일은 처음인 것 같다.
예전 같았으면 혹시 모르니 공인중개사 책들을 시험일까지 계속 꽂아 놓았다가 시험에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버렸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포기 선언을 하고 보름 후에 책을 과감하게 모아서 쓰레기 버리는 날 미련 없이 폐기해 버렸다. 단, 마지막에 샀던 기출문제집은 너무 새 책이라 아까워서 빼고.
시험은 포기했지만 그래도 시험장에 가서 5개월 동안 공부한 것들 중 기억나는 문제들 몇 개라도 풀고 올 예정이다.
본업이 있어도 나는 언제나 본업과 상관없이 내가 추가로 할 수 있는 일을 보험 가입처럼 대비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특히, 정해진 일과 거처가 없어서 극심한 불안이 엄습했던 올해 2월에는 더 강박과 불안감이 심했는데 그때 다시 시작했던 공인중개사 공부는 내가 그래도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위로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만큼 최선을 다했다. 정말로.
그리고 올해는 한 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많이 만났는데 함께 철없는 시간을 보냈던 그들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어른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보고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상당히 자극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특히 다른 곳을 굳이 찾아보지 않고 원래 했던 일, 전공으로 선택했던 일, 지금 하고 있는 일, 매일 하는 일, 순간의 일에 집중하며 사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왜 항상 오늘의 나를 보고 살지 않고 언젠가의 나만 보려고 했을까 생각하고 반성했다.
나는 사실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공인중개사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란 것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누군가를 운동으로 즐겁게 해주는 일이란 것을.
그 사실을 아주 어릴 때부터 스스로 확실히 알았으면서도 혹시 다른 거 뭐 없을까~ 한 눈을 팔고 다른 이유들을 늘어놓으며 참 멀리도 돌아왔다.
한 눈을 팔고 싶어지면 취미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