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사장이었던 기록: 한 때는 잘 나갔지
그렇게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후암동 종점에서 종점카페라는 직관적인 이름으로 운영했던 나의 작은 카페는 매일 로터리를 뱅그르르 돌아 을지로 방향으로 떠나는 202번 버스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또 하루를 마감했다.
면적이 3평이면 3~4명만 앉아 있어도 꾸깃꾸깃 정말 좁다. 그리고 좁은 만큼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각도는 어마무시하게 가파르다. 특히 옷이 두꺼운 겨울에는 말도 못 했고, 손님들이 계단을 오르다가 머리를 많이 부딪히기도 했다. (물론 주의 문구와 충격 흡수 쿠션을 붙여 놨지만 소용이 없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손님이 많아져서 1구짜리 낡은 커피 머신을 쓰다가 나중에는 2구짜리 커피 머신으로 바꾸고, 작은 제빙기를 쓰다가 더 큰 제빙기로 바꾸고, 3층 다락방 공간을 창고로 쓰다가 프라이빗한 컨셉의 손님용 공간으로 바꾸며 점점 컨셉이 강력한 카페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넓은 카페들도 많은데 나의 작고 불편한 공간을 일부러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매일 잊지 않았고 그런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더니 일일일종점하는 단골손님들이 더욱 늘기 시작했다.
한 편, 가게가 점점 잘될수록 사건 사고들도 많았다. 주로 취객에 의한 소동이었는데 대표적으로 한 아저씨가 기억이 난다.
후암동 종점에서 해방촌으로 가는 언덕배기에 살았던 토박이 주민이셨는데 퇴근 후 술을 취할 때까지 마시는 날이면 종점까지 비틀비틀 내려와서 상가들마다 시비를 걸고 다니는 키가 크고 머리카락이 없는 건장한 아저씨였다.
처음엔 나의 가게가 사람이 많이 드나들지 않아서 눈에 띄지 않았는지 피해를 주지 않았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아저씨가 시비를 붙이는 가게 리스트에 오르게 되었다.
어느 날은 밖에 세워둔 입간판이 날아갈 만큼 발로 뻥!!! 차더니 "누가 이딴 걸 길에 세워뒀어!!" 라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너무 놀라서 경찰에 신고했고 그 아저씨는 경찰이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밑으로 더 내려가서 있는 고급 중국집에서 또 한 번의 난동 퍼포먼스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결국 경찰이 출동해서 소동을 마무리시키고 그 아저씨를 집에 데려다주었는데 웃긴 것은 경찰이 집에서 떠나면 또다시 종점으로 내려와서 난동 퍼포먼스를 열심히 하고 다녔다.
그래서 누군가가 또 신고해서 경찰이 재차 출동하곤 했는데 어느 날 한 경찰분이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생각난다.
"아 우리가 택시예요? 맨날 데려다주면 자꾸 내려오네!!!?"
결국 참다 참다못한 다른 가게 사장님이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마침 추석을 앞둔 때라서 그 아저씨는 복숭아 한 박스씩을 사서 이 가게, 저 가게 돌리며 그 고소장에 싸인하지 말아 달라고 앞으로 조용히 살겠다며 사과를 하고 다니셨는데... 그때뿐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제대로 사람 냄새를 폴폴 풍기며 복작복작 우당탕탕 살아가는 그런 동네였다.
서울 한복판의 그런 동네라니 정말 재미있었다.
방문했던 손님들도 불편을 감수할 마음을 가지고 방문했던 사람들이라 그런지 너무너무 배려심과 정이 많고 무엇보다 재미를 아는 재치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 당시에 후암동에 사는 20,30 세대들은 각기 다른 지방에 살다가 서울에 직장이나 학교 때문에 상경해서 외로이 터를 잡으며 사는 젊은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 잘 모르는 낯선 타인인 나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서스름 없이 나누기에는 더욱 편했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개인 대 개인으로서 친밀하게 소통하기에는 오히려 넓은 카페보다는 3평이라는 비좁은 공간이 더욱 안정감을 들게 하는 따스한 터전이 되어 주었던 것 같다.
이렇게 동네에서 작지만 밝은 빛을 뿜어내는 가게로 더 오래오래 남을 줄 알았는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