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 주차 금지
차가 있는데 주차가 불가한 집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적이 있었다.
주차 자리가 없어서 상습적으로 불법 주차를 상습적으로 하는 차량을 보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렇게 매일 불법 주차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고 애초부터 주차가 되는 집을 알아보고 이사했어야지 왜 불법주차로 인한 위험을 남들에게 나눠 주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불법 주차 신고도 많이 했다.
(코너 불법 주차로 인해 사고를 당한 적이 있어서 더욱이 예민했다)
그런데 내가 요즘 주차 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당분간 차를 다시 소유하지 않을 작정이었고, 형편에 맞는 집을 구하다 보니 주차가 가능한 집이 없었기 때문에 주차장이 아예 없는 다가구 주택으로 세를 얻었다.
차가 없는 몇 달간은 불편하긴 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
버스와 지하철, 따릉이, 두 다리를 이용했고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닐 때는 나만 피곤함을 견디면 되었기 때문에 불편함이 없었다.
그러다가 본가에서 자고 와야 하는 일이 생겼고 명절이 다가왔다.
커다랗고 털이 훌훌 빠지는 중형견과 함께 본가에 가야 하는데 가까이 사는 고향 친구의 차를 같이 타고 가자니 친구는 비염이 심했고 부모님께 픽업을 부탁하기에도 왕복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렇다고 나만 바라보는 나이가 많은 중형견을 집에 혼자 두고 본가에 2박 3일 다녀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덜컥 중고차를 사버렸다.
처음에는 운이 좋게도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연결된 분이 나의 집 바로 근처에 있는 빌라 관리를 하고 계신데 남는 자리가 하나 있으니 그냥 대라고 하셔서 3달 정도 눈치껏 차를 대어 놓았다.
눈치껏 주차를 했지만 너무너무 눈치가 보였다. 혹여라도 전화가 와서 몇 호에 사는 사람이냐 물어보면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고, 차를 빼고 댈 때 빌라 거주자를 만날까 봐 또 심장이 덜컥 덜컥 뛰었다.
나를 배려해 준 분에게 곤란함을 드릴까 봐서 더욱 심장이 뛰었다.
그렇게 열심히 눈치를 보았지만 결국 빌라 거주자들의 반대로 눈치 주차의 막이 내리고 집에서 20분 거리의 친구 집에 차를 임시방편으로 주차해 둔 상태이다.
약간의 돈을 지불하더라도 집 근처의 월 주차를 구하고 싶어서 당근에도 올려보았지만 역시나 빌라 밀집 지역이라 그런지 감감무소식이다.
예전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낯부끄러워지는 요즘이다.
그렇게까지 예민할 필요가 있었나? 그렇게까지 남을 이해 못 할 자격이 있었나? 내가 뭔데?
결국 내가 이해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니 조금은 이해가 되는 요즘이다.
이 상황만 벗어나봐라. 다시금 주차가 되는 집에 이사 가서 아주 편리하게 살 테다! 이를 갈고 소망하는데, 그날이 다시 왔을 때 미래의 나는 사소한 불법 주차에 대한 이해심이 생겼을까?
한 때는 나도 주차 안 되는 집에 살아서 눈칫밥 먹고 주차하다가 이렇게 힘들게 이사까지 했다! 당신들도 그래야 하지 않겠어!?라는 심보가 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누군가의 어려움과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과 함께 또는 그들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은 대체 얼마나 대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 사람들은 그 마음이 재능일까?
누구에게나는 아니지만 나도 나름 좋은 사람인데.
더 좋은 사람이 되려면 사소한 비판은 웬만하면 넣어두고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