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잘못 들어서서 발견한 나의 우물
체육을 전공했지만 나는 내가 운동하는 것이 좋지 남에게 운동을 가르치는 일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핑계로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해왔다.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할 때도 내가 가장 잘하는 일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 나중에는 무얼 하면서 살아야 할까에 대한 불안감이 고민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결국에는 10년 이상의 시간을 돌고 돌아 체육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갖게 되었고, 어렵사리 얻은 기회와 새로운 시작을 계기로 이제는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조금씩 해야 할 일들과 할 수 있는 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약 20년 후, 그러니까 약 50대 후반이 되면 나는 무얼 하면서 살고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년에는 00들을 준비해 놓아야겠다.', '올해는 00까지는 해놓아야겠다.'라고 결심하며 당장 할 수 있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고 있다.
N잡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들리는 시대에 살고 있고 실제로 여러 job을 갖고 싶어 노력도 해보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살면서 한 우물을 파본 적이 없다.
가보지 않았던 다른 길을 가 보아야 더 괜찮은 길을 발견하고 다른 세상 또는 자아를 볼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내 우물을 파다가 잘 파지지 않을 때의 해결 방안이다.
이 우물 파다가 말고, 저 우물 파다가 말면 물이 흐르지 않는 시커먼 웅덩이만 많이 생길 뿐이다.
마흔이 되기 전에 잘 팔 수 있는 우물 자리를 찾아냈으니 이제 열심히 파보자.
오랜 시간 길을 잘못 들어서서 한참 헤매다 찾은 나의 새로운 길. 이제라도 찾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