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어른이 되기
내가 사는 집 근처에는 아동생활보육시설이 있다. 옛날 말로 고아원이다.
평일 아침 8시 30분만 되면 시설의 저학년 아이들이 삼삼 오오 모여 시끌벅적하게 등교를 하는데 나는 그 시간이 강아지 아침 산책 시키는 시간이라 같은 얼굴들을 같은 길에서 매일 마주하곤 한다.
뒤에서 차가 빠앙~ 해도 아이들은 장난을 치느냐고 차를 피하지 않아서 어쩔 때는 교통정리?를 해주고 차 조심해서 가라며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이제는 아이들도 나와 강아지를 보며 반갑게 지나가는 사이가 되었다.
출근하기 위해 집에서 8시 40분이 되면 신발을 신고 나와 대문을 나서면 또 매일 마주치는 깜장콩같이 생긴 녀석이 있다.
유난히 작은 체구에 까무잡잡한 얼굴, 찰랑찰랑한 바가지머리를 하고 등에 맨 책가방은 등보다도 커서 저~만치서 걸어오는 걸 보면 괜히 미소를 짓게 하는 녀석이다.
요즘에는 집에서 낯선 어른들을 조심하라고 가르치기 때문에 매일 눈을 마주치고 귀여워도 그냥 미소 지으며 지나치곤 했는데 몇 달이 지나니까 요 녀석도 나를 보며 씨익~ 웃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지난주에는
"안녕~ 너 몇 살이야!" 물으니
"2학년이에요!" 하며 나이를 알려 주었고
이번주에는 "안녕~ 이름이 뭐야!" 물으니
"000에요!"라고 이름을 알려주었다.
다음에 출근길에 만나면 귤이라도 하나 줘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 퇴근길 어두워진 회사 앞에서 또 마주쳤다.
아침에만 집 앞에서 보던 얼굴을 회사 근처에서 보니 반가워서 이 시간에 여기 왜 있냐고 물었는데 알고 보니 보육시설에 살고 있는 아이였다.
아이도 나를 보고 반가웠는지,
"저 여기 살아요! 내 이름 뭐게요??"
"여기 사는 00형도 알아요? 00 누나도 알아요?"
"나는 너밖에 몰라! 어두워졌으니까 얼른 집에 가야지~ 아침에 만나자!"
아침에 부릴 수 없는 여유를 나누고 싶어 하는 아이의 윗통수를 쓰담쓰담해주고 보낸 뒤 집으로 가는 길에 생각했다.
내 생활과 내 인생을 챙기며 살기 바쁘지만 눈길 한 번, 말 한마디, 선 넘지 않고 예의 지키는 관심 슬쩍 나누는 거, 그 간단한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안전한 울타리 하나라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