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생각난 사람

청년

by 땀공주

8월 8일인데 아직도 8월인 것이 어색하다.

눈 깜짝할 새에 8월이라니.

이 8월도 눈 깜짝할 새에 지나면 10월이 되어 있고 눈 오는 12월이 되어 있겠지.


1월을 시작하면서 계절 별로 걱정했던 것들이 현재 진행형 과정 중에 있다.

예를 들면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올 때쯤 함께 오는 바퀴벌레들.

비가 지독하게 내릴 때면 피어나는 현관부터 철문까지의 이끼들.

겨울에는 별 탈 없는 집이라고 생각했는데 올 초 겨울엔 옥상에 쌓인 많은 눈이 녹는 과정에서 배관이 터져 우리 집 천장과 벽으로 물이 여기저기서 새어 나와서 집주인아저씨가 터진 부분을 찾고 도배를 새로 해주시느냐고 고생하고 돈도 많이 쓰셨다. 미안하다고 월세도 한 달치 빼주시고.

돌아오는 겨울엔 또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주인아저씨께 눈 오는 날 같이 눈 치워드리냐고 연락이라도 드려야겠다.


내가 운영하는 수업 시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출석하시는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는 것부터 시작하는 이 계절.

어딜 가도 덥지만 어딜 가면 막상 신나는 여름.

언제 이 더운 날이 끝나나 땀으로 젖어가는 손수건과 함께 하루하루를 차곡차곡 보내다 보면 어느새 아침, 저녁이 시원해지고 매일 위에 있지만 더 위에 올라간 것 같은 하늘이 보인다.


장애인과 어르신들을 만나 소통하고 운동을 가르쳐 드리는 비슷한 매일매일.

동네 산책하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가끔은 먹을거리를 주고받으며 정을 나누면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바쁘게 하며 사는 너무나 지극히 평범하지만 특별한 일상.

누군가를 만나서 밥이나 술을 먹고 마시고, 돈을 써서 어딘가에 방문하고, 이색적인 것을 체험하는 활동을 하지 않아도 요즘은 좀 인생이 재미있다.

주머니 사정은 좋지 않지만ㅎㅎ 처음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산다고 느껴진다.

의미 없는 직업은 없겠지만 이렇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매일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려운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눈앞에 보이는 직업을 빨리 가져야 하는 청년들이 많다.

나 또 한 그랬었다. 수입이 한 달이라도 끊기면 안돼서 진입장벽이 낮은 직업을 계속 이어서 갖다 보니 정작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그것을 직업으로 갖기 위해 단 보름이라도 준비할 시간이 없던 것이다.

눈앞에 급한 불만 끄고 살면 삶의 만족도가 감소하는 것 같다.

그때 당장은 괜찮게 느껴지지만 급하게 끈 불에서 나온 시커먼 재와 매캐한 연기가 주변을 좋지 않은 상태로 조용히 만들어 두는데 그때는 그걸 모른다.

시간이 지나서 구석구석 살펴보면 그때 알게 된다.

'아 정말 급한 불만 끄고 남은 재를 청소하지 않았구나'

남한테 관심이 많지 않은 편이지만, 알뜰살뜰 자투리 시간 쪼개서 하루 꽉꽉 채워 사는 요즘은 삶이 팍팍할 청년들을 뜬금없이 생각하고 상상한다.

부디 정부 정책을 잘 활용하고 현명한 멘토를 만나서 급한 불을 끄고도 주변을 구석구석 점검하며 망가진 곳이 없는지 더럽히는 재가 날리진 않는지 살펴가며 살았으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전화 한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