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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꾸녕 Jun 11. 2024

근손실이 두려워

만나자 변태야

브런치는 나의 감수성과 금수성을 잃을까 봐 두려워 무엇이든 적는 공간이다.

한동안 주 1회 브런치에 글을 쓰자고 마음을 먹고 몇 번 실행했지만 이성이 주되게 지배하는 평일을 보내다 보면 동물적인 감수성이 자꾸 어디론가 숨는다.


금수와 같은 익히지 않은 시뻘건 감성은 나에게 너무 소중하다.

잠시 잃어버린 후 다시 찾은 것이라서.


어떤 사람이 던지간에 어떤 분야에서건 변태 같고 집요한 오타쿠 같은 모습이 있지만 드러낼 수가 없어 쪼개서 그 파편을 여기저기 숨기고 산다고 생각하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쓰잘 떼기도 없고 실속도 없는 아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접으며 손톱 옆에 손까시를 뜯거나 머리의 쌍가마를 꼬는 파편을 가지고 있다.


철저한 계획형 인간이기 때문에 아무리 to do list로 꽉 찬 하루를 보내도 잠시 집요한 습관을 꺼낼 짬은 난다. 그리고 어쩌면 나른한 주말보다 철저한 계획 속에 갇혀 살 때 더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변태적 감수성이 뾰족하게 뚫고 나왔다가 들어간다.

그 감수성을 잃어버렸을 때는 짬이 났던 시간에도 생존을 위한 아이디어와 생활의 고단함에 변태성을 꺼내서 즐길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그러면서 더욱 자신을 잃어버렸던 것 같다.

즉 내면의 리얼 생산성 없는 진솔한 멍청이 같은 의식의 흐름이 진짜의 나를 살아서 움직이게 만들어 주는 휘발유 같은 유동적인 에너지원이 아닐까.


브런치에 글을 오래 적지 않을 때마다 글을 쓰는 습관도 근육 운동을 하는 것과 같다고 글을 쓰라는 알람이 온다.

맞다.

매일같이 근손실을 두려워하며 중량 치는 운동을 하고 프로틴을 들이켜듯, 글도 꾸준히 쓰고 곱씹어야 하고 내면에 사는 나의 변태도 자꾸 만나서 데리고 나왔다가도 적절한 때 아쉬워하면서도 들여보내는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지켜지든 말든 결심이라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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