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도매상
좋은 꿈을 실제 돈을 사고파는 어른들을 어릴 때 본 적이 있다.
'오~진짜로 돈을 주네?' 하고 그 광경을 봤었는데 꿈을 샀던 그 어른은 얼마나 좋은 꿈이 절실했으면 형체도 없는 남의 꿈을 이야기만 듣고 샀을까.
20대 때 영업직으로 일을 했는데 그때는 하루 종일 어떻게 하면 잘 팔까만 생각 하면서 살았고, 나름 영업을 꽤 잘했었다.
잘 파는 비법은 하나였는데 내가 파는 상품에 자부심과 사랑을 가지고 이 상품을 안 사는 소비자가 손해라서 내가 꼭 알려줘야 한다는 스스로의 세뇌. 고집. 집중.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는 편협한 마음 딱 그것뿐이었다.
잘 파는 과정에서 나는 나에게 미안할 정도로 편협해졌다.
주변의 다른 상황과 사항들을 보고 고려하면 나를 세뇌시키는 과정에 방해가 될까 두려워 잘 보려 하지 않고 들으려 하지 않고 내 생각이 맞다고만 생각하려고 애썼다.
편협해질수록 영업은 더 잘 되었고 그때 벌었던 돈은 어디론가 전부 사라졌다.
아무래도 그 돈들은 나를 깎은 비용이었던 것 같다.
요즘은 꿈을 꾸고 나면 잘 생각이 안 난다. 그런데 요즘은 정말 이상하게 웃기는 꿈을 자주 꿔서 꿈에서 낄낄대다가 깨는데 실제로도 낄낄거리고 웃고 있다. 좋은 꿈이 아니라 웃긴 꿈.
웃긴 꿈을 사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내가 요즘 잘 팔 수 있는데!
만약에 고생도 팔면 살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다.
사서 고생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나, 고생을 안 해봐서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거나 뭐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영업직으로 고생을 팔아야 한다면 어떤 멘트를 써야 할까.
고생을 해야 삶의 질이 높아진다? 고생을 하면 손과 발이 두꺼워진다? 고생을 많이 할수록 문제 해결 능력이 창의적이어진다? 고생을 해야만 어른이 된다?
뭘 말해도 안 먹힐 듯.
좋은 꿈은 잘 안 꾸지만 잘 팔아야 하는 물건도 없고 요즘은 그리 고생스러운 하루는 아니다.
지금 그걸로 됐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