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에 흐르는 피아노 선율
흔적 없는 종이 위에
푸른 바다를 펼치는구나
지워진 이름
사라진 이름
삭풍에
부표만 남았는데
나 만
툭. 툭
하얀 바다 위에 섬을 만들었구나
너에게 나는
이어지지 못하는 점이었을까
잠기지 않을 섬이었을까
09. 29. 2024
새벽 5시 바흐의 ARIOSO를
임윤찬의 연주로 들으며 쓴 글입니다.
< 작가가 첨언하며 >
새벽에 깨서 노트북을 들고 나와서 정작 글은 안쓰고
음악을 듣습니다.
적지 않은 삶을 살며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난 듯합니다. 인간관계를 섞지 않는다는 나름대로 원칙을 만들며 살아왔지만, 사람 즉 타인의 온기는 다양하게 전해지는 것 같아요.
어떤 분은 아버지로서 어린아이였던 나의 감성 표현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봐 주셨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그 반응을 물어보셨어요. 또한 방학숙제를 함께하며 나보다 선생님의 피드백을 더 궁금해하셨고요. 대학교를 장학생으로 그리고 공모전으로 수상했으나 백수로 보낸 시간 속에서도 결코 돈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응원해 주셨던 분이셨어요. 돈은 자연히 따라오는 것이라고. 정말 돈은 그렇게 나의 커리어에 맞게 높은 속도로 따라왔습니다. 목수였던 아버지가 하고 싶은 일을 그만두고 할아버지 뜻대로 농부가 되면서 꺾인 꿈, 그 미련을 반복하지 않은 아버지의 결심이 나의 꿈을 지켜가게 한 이유가 되었듯이.
또 어떤 분은 나를 3대 메이저 잡지사 디자이너로 발탁하여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주신 분도 계셨고, 그런 탁월한 분을 만나 나 역시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어떤 소명을 가지게 되었고 등
좋은 사람은 신념으로, 나쁜 사람들은 교훈으로 좋은 가이드라인이 되어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해 가고있는 것은 분명하니까요.
타인의 힘은 실로 대단합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타인이기에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타인의 말들은 어떤 작가의 말처럼 귀에살고 마음을 움직이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에 애써 지워버린 이름, 사라진 이름 등 기억조차 낯선 바람 같은 존재가 된 사람들도 있고요. 어쩌면 그런 사람들이 훨씬 많은 거 같아요. 인간관계를 섞지 않기 때문에 아마 숫자는 더 늘어나겠지요. 후후. 그중에서도 닿고 싶은 마음은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런 마음이 시적 언어로는 적합할 듯하여 써봤습니다.
글쓰기가 어려워 바흐 음악의 도움을 받아서요.ㅋㅋ
그들에게 난
점이었을지,
섬이었을지,
스스로에게 어떻게 증명하며 살아갈지를,
무겁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마음입니다.
all txt by _ HONG
illust by_HONG
https://youtu.be/ZpmXt_igIN4?si=X8m0OqeZ6YW2sP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