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간단다
붙잡아도 간다네
삼복더위 보따리 단디 동여매고 갈라고
저리 굼뜨나 싶더니
고개너머 호두나무 옆 외딴집에
고무신 한 짝 움켜쥔 나 먹으라고
대추 사과 알알이 영글어 놓고 가는구나
내 아버지
너처럼 짙고, 너처럼 뜨겁고, 너처럼 우뢰같이
알토란 같은 영근 나를 두고
붙잡아도 잡을 수 없는
차디찬 손 내려놓고 홀연히 가셨지
매년 기다리지 않아도 너는 왔었고
매번 기다려도 그분은 안 오시더라
사는 날 두 손 합장하고 기다리련다
눈부신 날 드디어 내게 오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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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여름은 잎이 꽃보다 화려하고
무소불위의 파워풀(녹음, 폭염, 장대비)한 권력의 상징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계절입니다.
그런 상징성을 갖는 여름 vs 아버지의 쌍벽 구도.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것 vs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에 대한 인간적인 갈망의 대비.
절기에 밀려나 떠나는 계절(여름)에 대한 아쉬움과 떠난(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숙명의 삶과 죽음 ...
종국엔 글쓴이가 두 손 합장하고 기다리려 한다는 것으로 대자연의 섭리 앞에 자신도 겸허히 죽음을 기다리겠다는 해석 또는 높임말(내게 오시라)을 썼기에 여름이 아닌 아버지가 내게 와달라(보고픔)는 중의적 해석 등 계절의 변화를 통해 감정이입된 어떤 초연한 마음을 표현한 글입니다.
더불어
나 역시 위대한 계절 여름과 아버지처럼 남을 이롭게 할 영근 무엇(열매)과 씨앗을 세상에 내놓고 떠날 수 있는 눈부신 날을 기다리겠다는 의지와 바람이기도 하고요.
정말로 그런 유의미를 남겨놓아야 할텐데 말이져~.
무엇이든 다음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낙서라도 쓰겠어요.
ㅡ.
all txt by_ HONG
2024.9.4 쓴 글입니다
아버지, 다음엔 더 잘 써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