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꾸준히 써보자.

Day 0. 작가의 여정.

by honggsungg labnote


브런치의 광고였나, 인스타 친구의 인스타스토리였나, 지나치듯이 브런치의 성수 팝업 소식을 알았다.


브런치 팝업은 내가 처음 방문하는 팝업스토어였다. 나는 이 전까지는 팝업스토어에 한 번도 방문해 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팝업스토어는 예쁘게 꾸민 공간에 귀여운 굿즈를 파는 곳이라는 인상이었다. 그러니 남자 한 명이 귀여운 팝업스토어에 갈 일이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광고에서 언뜻 본 브런치의 팝업은 귀여운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글쓰기에 관심이 크기도 했다. 그래서 작가가 되기 위한 꾸준한 글쓰기에 관련된, 모던한 컨셉의 브런치 팝업스토어라면 갈만하다고 판단했다.


브런치 팝업에서의 경험은 좋았다. 작가로서의 꾸준한 글쓰기와 기록을 지향하고, 응원하고, 지원하는 브런치의 메시지가 잘 담긴 팝업이었다. 글자와 책을 팝업의 디자인 컨셉으로 꾸며놓았다. 나는 원래 작가가 되겠다는 거창한 목표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이 팝업에 다녀오니 소소하고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작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는 브런치 팝업에서 마음에 들었던 문구들이다.


아무도 안 본다고 생각하고 쓰기 - 임홍택 작가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자기 검열에 걸려서 한 줄도 나아가지 못하곤 합니다. 그래서 "어차피 아무도 보지 않는데 뭐 어때?"라고 막 나아갈 수 있는 글이 의외로 좋은 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수없이 많은 수정을 해야 하기에 처음에는 이무도 안 본다고 생각하고 써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아름다운 문장을 계속 수집하기 - 정문정 작가

책을 읽다가 아름다운 문장을 만나면 꼭 타이핑을 해두거나 출력을 해서 붙여둡니다. 글을 쓰다 막막할 때면 내가 이 작가에게 위로받았듯이 누군가도 내 글에 위로받는다는 걸 되새깁니다. 글 쓰는 사람들에겐 허무함이나 무기력이 주기적으로 찾아오기 쉬운데, 아름다운 글을 계속해서 읽고 모으면 글의 힘을 매번 새삼스럽게 느끼며 기운이 날 때가 많습니다.


끊지 말고 일단 적기 - 문수훈 작가

글과 말의 가장 큰 차이는 퇴고의 유무입니다. 한 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지만, 글은 발행하기 전까지 끊임없이 다시 주워 담을 수 있습니다.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보다 정확하고 세심하게 다듬을 수 있다는 것이 글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죠.

그렇지만 초고만큼은 말처럼 끊지 않고 적어 내려가 보길 추천하고 싶습니다. 대화하며 ctrl+z를 눌렀던 경험이 있던가요? 실행 취소가 불가능한 말처럼, 초고는 생각의 흐름에 따라 날 것 그대로 적어보세요.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단어나 문장의 모양에 얽매여 수정을 반복하면 원래 쓰고자 했던 글의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온전한 생각의 맥을 따라갔을 때 훨씬 더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당연하게도 글을 잘 쓰고 싶다. 글을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써야 어휘력과 문장력이 좋아질 텐데, 글을 안 쓰고 있었다. 나는 내 문장이나 글이 꽤 좋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글쓰기 클래스를 한 두 달 정도 다녀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디테일을 더욱 덧붙여서 글의 분량을 주욱 늘려서 써보려고도 해 보고, 각 문단의 중심 문장을 확실히 드러내려고도 해 보고, 여러 방법을 시도해 봤다. 문장이라는 게 개인의 스타일이 반영된다고는 하지만, 그 또한 일정 수준으로 문장력이 올라왔을 때나 하는 말이지. 지금의 내 문장에서 개선할 점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 추가적으로, 학술 영어 논문도 잘 쓰고 싶다. 내가 쓴 초안을 읽어보고서, 교수님이 이렇게 논문 쓰면 안 된다고 했다. 나는 내 최대한의 영어실력으로 작성했는데, 뭐가 틀린 지 알려주지를 않으니 답답했다. 어느 날은 교수님이 작성한 초안을 읽어봤는데, 그 초안은 고급스러운 표현으로 명확한 의미를 전달했다. 아, 교수님이 말씀하는 문장의 퀄리티는 이 정도 수준이구나하고 깨달았다. 그 이후 영어 실력뿐 아니라 전반적인 문장 실력 자체가 아직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한국어 문장도 제대로 못 쓰는데, 영어 문장이라고 제대로 쓸 리가 없다.


인스타와 유튜브에서 자기 계발과 진로선택에 관련된 컨텐츠를 자주 접했다. 그중에서 하나는 "내가 이런 일은 절대 못 하겠지..." 하는 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고 했다. 그 맥락에서 나는 유명한, 생명과학 박사, 글쟁이는 못 되겠지...라는 생각이다. 하 이래서야 언제 유명해지고, 언제 박사 따고, 언제 글 쓰고 있냐.라는 혼잣말을 내뱉으면서 한탄과 조급함과 불안함으로 가득 찬 내 마음이 나를 채찍질한다. 그중에서 또 다른 하나는 "사람들은 이 일에 이 정도까지 시간을 쓰지 않는다고?" 하는 게 본인의 업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시간을 내서 꾸준히 하는 일 말이다. 지금의 나에게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다. 업무 중에는 남의 논문을 읽고, 나의 논문을 쓴다. 원래는 영상, 이미지, 또는 강연처럼 보이는 컨텐츠를 제작하고 싶었는데, 대학원이라는 환경은 나를 활자의 감옥 속에 가둬두었다. 당분간은 활자로 컨텐츠를 제작할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컨텐츠를 제작하는 일이니 나쁘지 않다. 나는 업무시간에도 읽고 쓰고, 퇴근 후에도 읽고 쓴다.


하지만 글을 꾸준히 쓰지는 못했다. 글을 써야지. 다짐을 하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러고서 브런치에는 예전에 썼던 글들에 약간의 퇴고와 편집을 거쳐서 업로드했고, 책과 영화의 리뷰로 글을 조금 썼을 뿐이었다. 글감도 일상의 떠오르는 생각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맨날 하던 생각들만 하니, 맨날 하던 생각들만 글자로 나오기 일쑤였다. 게다가 늦은 퇴근 시간을 핑계로 글을 자주 쓰지 못하기도 했다. 그래서 다시금 다짐했다.


글을 꾸준히 써보자.

브런치 팝업스토어의 마지막에는 30개의 글쓰기 테마를 제시했다. 30개의 테마로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작성하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가이드라인을 잘 따를 계획이다. 지금은 24년 12월이고, 25년 12월까지 어찌 됐든 이 주제에 맞춰서 글 30개를 작성하겠다. 글 모음집의 메인 주제는 "서른살 과학자의 시간여행"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 과학, 이공계 계열에 계속 발 담그며 공부하고 연구하며 살아왔다. 기억나는 과학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팝업스토어에서 제시한 소주제와 함께 풀어볼 계획이다. 자, 그러면 글을 꾸준히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