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물건이나 장소 따위가 공간적으로 떨어진 길이.
너와 나의 떨어진 길이만큼 그것이 거리가 된다.
하지만 사람 사이의 거리는 숫자로 잴 수 없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도 마음의 온도가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고,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서 오히려 더 따뜻함이 전해질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 '거리는 물리적인 단위가 아니라 감정의 단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손으로 뻗어서 닿을 만큼 짧은 거리.
그러나 동시에 보이지 않을 만큼 멀게 느껴지는 거리.
꼭 눈앞에 있어도 마음은 너무 먼 순간이 있고,
반대로 물리적으로는 한참 떨어져 있어도 이상하리만큼 가까운 순간이 있다.
너와 나의 최단 거리는 가장 짧은 길이일지 몰라도,
그것이 곧 숨결이 닿을 만큼 마음이 가까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닿을 듯 닿지 않을 듯, 그 애매한 간격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적당할지도 모른다.
나는 늘 이 '거리감'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적당한 거리는 관계를 숨 쉬게 한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너무 가까우면 숨이 막히고,
한 발짝 떨어질 때 비로소 서로의 형태가 선명해진다.
서로를 지켜보는 데 필요한 건 완벽한 밀착이 아니라, 그 사이에 흐르는 작은 여백일지도 모른다.
'거리가 멀어서가 아니라, 거리가 있어서 우리는 오래 버틴다.'
그러나 그 거리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조금만 어긋나도 금세 멀어진다.
한쪽이 다가오면 다른 쪽은 본능적으로 물러설 때도 있고
둘 다 너무 가까워지다 보면 적정선을 넘어 상처를 주기도 한다.
가끔은 둘 다 한 발자국 멀어지려다, 너무 멀리 가버리기도 한다.
가족이라 해도 너무 가깝기만 한 거리가 좋은 건 아니다.
'거리는 관계를 지치게도 하고, 관계를 더 또렷하게도 만든다.'
결국 '적당한 거리'란, 뜨거움과 차가움 사이를 미세하게 조정하며 서로의 온도를 맞춰 가는 과정일 것이다.
마치 미묘하게만 돌려도 온도가 널뛰는 샤워기의 온도를 맞추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나는 자주 생각한다.
가까워지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또 그리워지는 이 아이러니를.
그리워서 다가가면 앗 뜨겁고, 식을까 두려워 물러서면 또 그립다.
그 반복이 결국 관계를 이어가게 하는지도 모른다.
결국 관계란, 거리를 배우는 일인 것 같다.
가족 간의 적당한 거리.
친구 간의 적당한 거리.
직장 동료와의 적당한 거리.
'적당하다'는 말이 참 묘하다.
누군가에게는 가깝고 부담되는 거리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남처럼 너무 멀어서 섭섭할 정도의 거리일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나는 지금 누구와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
너무 가까워 무뎌진 사람은 없는가, 너무 멀어서 잊은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남은 사람은 없는가.
나에게 '거리'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보이지 않는 샤워기의 온도 조절 버튼이다.
너무 가까워 선을 침범하지 않게,
너무 멀어서 남남이 되지 않게,
서로의 자유를 지킬 만큼 멀면서도, 서로의 온기가 닿을 만큼 가까이.
그 사이 어딘가에, 우리가 오래 머물 수 있는 거리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