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나무

by 홍화

매일 출퇴근 길, 길가에 우뚝 서 있는 거대한 나무를 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계절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다.


그 나무들은 내게 하나의 이정표다.

아침에는 "저 나무가 보일 때쯤이면 회사가 다 왔구나" 하고,

저녁에는 "저 나무가 보이니 이제 집이 가까워졌구나." 하며 하루의 끝을 알게 해 준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일 뿐이겠지만, 내게는 삶의 리듬을 알려주는 표시 같다.


나는 원래 자연을 좋아한다.

바다의 탁 트인 청량감도 좋지만, 나에게 더 맞는 건 산인 것 같다.

초록이 주는 편안함, 얼굴을 스치는 산바람, 계절마다 달라지는 꽃과 열매, 그리고 새들의 지저귐.

그 모든 것들이 도시의 회색빛 속에서 무뎌진 감각을 깨운다.

나무의 향기를 맡고 있으면, 나는 마치 자연인으로 돌아간 듯한 해방감을 느낀다.


그래서 나무는 내게 고마운 존재다.

묵묵히 그늘을 내어주고, 해마다 나이테를 쌓으며, 한 자리에 오랫동안 지켜온다.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강인함, 바람 앞에서 유연하면서도 결국 뿌리로 버티어 내는 힘.

그 모습에 왠지 모르게 안도감을 얻는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저 나무뿌리가 깊어 단단히 고정된 것이 참 안정감이 있다."라고.


하지만 나는 가끔 다른 생각을 한다.

그 깊게 내린 뿌리 때문에 오히려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건 아닐까.

뿌리가 하나둘 내려갈수록 단단해지지만, 동시에 깊게 묶여버린다.

그 뿌리는 안정이자 족쇄다.


어쩌면 내 삶도 그렇다.

회사, 가족, 책임이라는 이름의 뿌리들이 나를 단단히 지탱해 준다.

그 덕분에 나는 안정감을 누리지만, 한편으론 자유롭게 어디든 떠날 수 없다는 생각이 스친다.

이렇듯 같은 뿌리를 두고도 누군가는 안정을, 누군가는 족쇄를 느낄 것이다.


그래서 나도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를 지탱해 주는 이 뿌리들은 단단한 뿌리일까 아니면 이미 뽑아낼 수 없게 된 족쇄일까.

아내와 아이의 미소가 떠오르며, 그 순간 마음속에서 만족감이 차오른다.

그래서 결국 내게 이 뿌리들은 족쇄가 아니라, 단단하게 지켜주는 뿌리라고 결론 내린다. 나는 지금의 삶이 충분히 만족스럽다.


출근길에 마주하는 저 나무는 스스로의 단단히 고정된 뿌리에 만족하고 있을까.

아니면 언젠가 떠나고 싶지만, 저 족쇄로 인해 움직일 수 없어 답답해하고 있을까.

문득 그런 상상을 하게 된다.


나에게 나무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깊게 뿌리내린 안정과 동시에 족쇄를 떠올리게 하지만, 결국 내겐 만족스러운 뿌리라 믿게 되는 존재'다.

그래서 나는 오늘 출근길에 그 나무를 앞에서 조용히 묻는다.

"너도 나처럼 지금 만족하니? 아니면 족쇄가 답답하니?"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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