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빗소리

by 홍화

나는 창밖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좋아한다.

세상이 바쁘게 흘러가도, 그 소리만은 서두르지 않는다.

어떤 이에게는 귀찮은 소음일지 몰라도, 내게는 오래된 음악처럼 마음을 적셔주는 소리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는 빗소리가 달갑지 않다.

우중충한 날씨가 햇빛을 가리고, 젖은 발과 축축한 옷이 불편함을 더한다.

우산을 든 한 손이 묶여버린 답답함 속에서, 빗소리는 그저 우울을 부르는 소음이 된다.


어떤 이에게 빗소리는 좋아하지만 동시에 두려움일 것이다.

건설 공기가 촉박한 현장에서 공사가 급한 사업가의 한숨도 빗소리고,

결혼식의 축하자리에 신랑 신부의 걱정도 빗소리고,

비로 인해 발길이 끊긴 관광지 텅 빈 가게의 파리소리 또한 빗소리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내려야만 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가뭄으로 갈라진 논을 바라보는 농부의 간절한 눈물이, 빗방울이 된다.


이렇듯 빗소리는 언제나 같은데, 듣는 우리는 언제나 다르다.


나는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 한켠이 비워지는 듯하다.

세상이 잠시 고요해지는 순간이다.

묘하게도 침묵보다 조용하고, 음악보다 솔직하다.


빗소리는 말이 없는데도 마음을 건드린다.

어떤 날은 위로처럼, 어떤 날은 슬픔처럼 들리지만.

결국 내가 빗소리를 좋아한다는 건, 비를 핑계 삼아 잠시 멈춰도 괜찮다는 뜻일 것이다.


나에게 빗소리란 고요를 가장한 위로이자, 멈춤을 허락하는 소리이다.


-fin-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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