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커피

by 홍화

어느새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도 단연 최고 수준의 커피 소비량을 기록하게 되었다.

2024년도 통계에 따르면 연간 커피 소비량은 1인당 약 416잔으로, 1년 365일 하루 한잔 이상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이다.


생각해 보면 놀라운 일이다.

무언가를 매일 마신다는 것.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1년에 416번 먹어라"라고 했을 때 한 가지의 음식을 먹는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임에도, 우리는 그 일을 커피 앞에서 너무 쉽게 해내고 있다.


사실 이렇게 이야기하는 나 역시 다르지 않다.

매일 오전에 한 잔씩, 점심에도 가끔 한 잔씩 마시고 주말에는 거의 마시지 않거나 가끔 한 잔 정도 마시는걸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거의 1년 400잔쯤 되지 않나 싶다.

결국 나도 우리나라 평균치 속에 묻어 있다.


사실 그렇게 커피를 마시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회사에서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싶다.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이 아침에 카페인으로 눈을 뜨고 머리를 깨우며, 일과의 톱니바퀴를 굴리기 시작한다. 습관은 곧 버릇이 되고, 버릇은 의존이 되어 커피 없는 하루는 상상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커피'라는 것은 이제 카페인으로 하루를 버티는 버팀목처럼 종종 표현되곤 한다.

"커피 없이는 못 산다, 밥은 안 먹어도 커피는 마셔야 한다, 커피가 하루를 버티게 한다" 등등.

어떻게 하다 보니 커피가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하지만 솔직히 말해, 나에게 커피는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활력소라기보다는 오히려 작은 독이다.

주말이면 카페인 두통으로 찾아와 나를 괴롭히고, 때때로 끊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몸이 아프다는 건 결국 신호다.

육체적이던 심리적이던 우리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우리가 그걸 커피로 덮어두며 하루를 버티다 보면 언젠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오늘도 오전에 커피를 마시며 그런 생각을 해본다.


물론 이 말은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비난이 아니다.

또 커피가 있어야만 버틸 수 있는 분들에 대해 "왜 버티지 못하냐"는 꼰대 같은 지적을 하려는 것도 당연히 아니다.

다만 누군가는 나처럼 커피를 의지하면서도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이 어쩌면 있을지 모른다.

그저 커피에 종속되어 '쉼'의 신호를 놓치고 있는 누군가와, 그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뿐이다.


결국 나에게 커피란 활력소가 아니라, 몸의 목소리를 잠시 꺼버리는 스위치다.

언젠가 내 몸이란 댐이 무너져 호미로도, 가래로도 아무것도 막을 수 없게 될 때, 그때쯤의 내 몸은 커피가 흐르고 있지 않을까.


-fin-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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