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4월.
가상화폐는 여전히 광풍이다. 사람들 입에서 너도 나도 투자에 관한 이야기뿐이다.
주식, 코인, 부동산... 가만히 있는 내가 오히려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럴 때면 가끔, '과거로 돌아간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20대까지의 나는 매일매일 과거로 돌아가는 상상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더 좋은 대학에서 멋있게 연애하며, 군대에서도 인정받는 병사가 되고...
그러다 보면 취업은 남들 모두 부러워하는 의사가 된다거나, 엄청난 기업에 들어가서 승승장구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하지만 20대 후반 회사원이 된 나는, 더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다시 이렇게 열심히 공부할 자신도, 노력할 자신도 또 이렇게 전쟁 같은 구직활동을 해서 훨씬 더 나은 직장에 가리라는 확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곧 내가 지금 너무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기 싫어졌다고 생각했다.
tv를 보다 보면 죽을 때가 되면 본인이 어떻게 살았나 물어본다면, 뭐가 후회되고 뭐가 어떻고 하는 게 아닌
썩 괜찮은 인생이었다고 하는 인생이 목표인 나로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후회 없이 인생을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반증이고 현재 내가 나쁘지 않게 인생을 살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됐다고 믿었다.
30대가 된 나는 앞자리 숫자가 아닌 점점 꼰대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내가 인생을 열심히 살아서 과거로 돌아가기 싫은 게 아니라 더 이상의 변화가 두려워 과거로 가는 게 무섭다는 걸 알게 됐다.
과거로 가서 또 다른 길을 가서 바뀌게 될 변화를 마주할 용기가 없었고,
굳이 똑같은 길을 다시 걷는 건 인생의 재탕일 뿐이라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누군가는 아직 젊다고 얘기하겠지만
과거의 나는 도전할 용기는 있지만 실패했을 때 잃게 될 시간과 재산이 두려웠다.
이제의 나는, 실패의 리스크뿐 아니라 도전 그 자체가 두려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과거로 돌아간다는, 상상 속에서조차 최고의 기회 앞에서도 새로운 선택을 못하는 두려운 겁쟁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 미래 일을 어느 정도 아는 상상에서조차 도전이 두려운데
현재 지금 한 치 앞도 모르는 나에게 도전이란 얼마나 공포스러운 단어가 되어버린 걸까.
모든 어른이 도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 나이는 그저 핑계에 불과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빈부격차 등 금전적인 상황이 도전을 하지 못하는 핑계의 이유일까.
생각해 보면, 어르신들이 전자기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시기 때문이다.
예전엔 그분들을 보며 '이 쉬운걸 왜 배우지 않을까?',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분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결코 금전적인 문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도전이란 단어 자체에 공포를 느끼게 된 것은 금전적인 문제 때문이라 핑계를 대는 것 또한 어찌 보면 도전을 하지 않기 위한 이유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
미래의 30대, 40대의 내가 나를 돌아보게 된다면
'왜 저 쉬운걸 무섭다고 도전하지 않지?' 같은 현재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미래의 내가 보았을 때 저런 핑계로 그 좋은 기회에 도전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만큼 사소한 핑곗거리일 수도 있겠다.
결국 내가 정의하는 '겁쟁이'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변화 자체가 두려워 끝내 핑계를 찾아내며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