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책임

by 홍화

책임이란 단어는 언제 들어도 어딘가 무겁다.

짐 같고, 속박 같고, 자유를 앗아가는 말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책임을 피하려 하고, 덜 지려고 애쓴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참 일을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책임이 없으면 사람이 멍청해지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책임이란 결국 '생각하게 만드는 일'이다.

무언가를 책임져야 할 때, 우리는 그 일을 단순히 흘려보낼 수 없게 된다.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조금 더 신중해지고, 한번 더 계산해 보고, 나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하게 된다.


그 순간 인간은 단순한 본능의 존재에서, 사고하는 존재가 된다.

책임이 없을 때 사람은 가벼워지지만, 동시에 생각이 줄어든다.

그래서 책임이 없는 사람은 결국 무감각해지고, 무감각한 사람은 점점 멍청해진다.


어쩌면 책임은 인간을 깨어 있게 만드는 최소한의 긴장감일지도 모른다.

해야 할 일이 있고, 지켜야 할 사람이 있고, 내가 망치면 무너질 무언가가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정신을 붙잡는다.

책임이 있다는 건, 세상에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다.

반대로 책임이 없다는 건, 나를 세상에서 분리시키는 일이다.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사람은 결국 자기 삶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그의 하루는 가볍게 떠다니고, 그의 생각은 바람처럼 흩어진다.


책임은 자유의 반대편에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자유를 진짜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책임이 없으면 자유는 그저 방종이 된다.

내가 한 선택에 대한 결과를 감당할 때 비로소 '나의 자유'가 완성된다.

그 책임의 무게가 있을 때, 인간은 비로소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있다.

책임은 자유를 누리는 능력이고, 그 능력을 잃으면 자유는 결국 아무 의미도 없어진다.


나는 언젠가부터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무언가를 지켜야 할 이유가 있을 때 사람은 놀랍게도 단단해진다.

책임은 그를 무겁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의 형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아무 책임 없는 사람은 마치 형태가 없는 액체와 같다.

가볍고 자유로워 보이지만 잡히진 않는다.


책임이란 건 결국 세상에 "내가 여기 있다"는 선언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책임이 꼭 부담스러운 말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그건 나를 무겁게 만드는 짐이 아니라, 나를 깨어 있게 하는 긴장이다.

어쩌면 하루하루 작은 책임들을 감당하며

조금씩 똑똑해지는 어른이 되어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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